교직원과 학생의 라디오 대담 “내 사연 흘러나오는 매력”

요즘 우리 주변에는 디지털 매체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이 범람하는 반면 아날로그가 지난 날에 대한 향수와 인간적인 매체로 사랑 받고 있기도 하다. 아날로그 매체인 라디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라디오가 디지털 매체 속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80년대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학창시절을 보낸 윤주영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관리팀 과장과 요즘 라디오를 즐겨 듣는 장수정(정외2) 양과 함께 청취자들이 생각하는 라디오 문화의 변화, 라디오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등을 얘기해 보았다.

윤주영(이하 윤) = 예전에 라디오는 TV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였어요. 그리고 다른 매체보다 청취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죠. 엽서에 사연을 써서 보내면 라디오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참 좋았어요. 친구들 생일이면 생일축하 사연을 보냈어요. 예전에는 생일사연만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그 때만 기다리고 있다가 녹음해서 친구에게 들려주기도 했죠.

장수정(이하 장) = 예전에는 그렇게 엽서로 사연을 보냈지만 요즘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려요. 지난번에 인터넷에 올린 사연이 방송에 나왔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중학생 때 처음 라디오를 접했을 때는 연예인이 많이 등장해서 좋았지만 요즘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요즘같이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라디오를 찾아요.

윤 과장과 수정양은 라디오를 공통의 관심사로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이렇게 두 사람은 라디오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윤 = 라디오 프로그램은 같은 진행자가 10년 이상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라디오가 여전히 고정 팬, 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장 = 맞아요. 라디오는 매니아들이 많아요. 특히 진행자의 흥미와 관심사가 자신과 같으면 더욱 애청자가 되요.

윤 = 라디오는 진행자의 능력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라디오 진행을 주로 전문 성우나 아나운서가 했거든요. 그래서 더 전문적이고 흥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연예인이 주로 진행을 맡아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표준어에서 벗어난 언어를 자주 구사해 듣기 거북하기도 하고요.
장 = 라디오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10대를 겨냥한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를 벗어난 지금은 그런 방송들을 듣게 되지 않거든요. 중고생들에게 관심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유익한 프로그램도 많지만 연예인 일색 또는 오락적인 내용이 더 많아요.
이렇게 오락적인 요소가 강조되고 있어 아쉽지만 청취자들을 방송의 주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에요. 요즘은 생방송 중에도 문자메시지로 사연을 보내는가 하면 그때그때 질문도 가능하거든요. 인터넷 동시채팅도 하고요. 라디오는 디지털 매체와 결합해 요즘 시대에서 추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매체라니까요.(웃음)

윤 = 라디오를 많이 듣는 특정 청취자만을 대상으로 유익한 정보들을 주는 것도 긍정적이에요. 택시, 버스나 트럭운전사 등은 하루 종일 운전하기 때문에 졸리고 피곤한데 라디오가 이런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아요. 이런 것은 아무리 최첨단 디지털 매체라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디지털매체들 사이에서 라디오가 살아남으려면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장점들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내내 나이 차이가 무색할만큼 두사람은 라디오의 많은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보여주었다.
라디오는 시대흐름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마니아들은 라디오가 다른 매체들과 똑같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고유한 아날로그의 매력을 유지해야 지금의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최민희 기자
mh705@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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