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전공도 “미국유학 가고싶다”

대학원 위기 해법을 찾자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원 입학 지원자 수가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이는 본교뿐만이 아니라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이에 우리나라 대학원이 이러한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우리학교 대학원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어느 대학이라 할 것도 없다. 서울대조차 대학원 정원 미달 사태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학서열체제가 엄존하는 현실이고 보면, 다른 대학에 개설된 대학원의 사정을 말해 무엇하랴. 대학원 교육의 ‘총체적 위기’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 대학원의 사정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정녕 해결책은 없는가?

대학원이 연구하고 학문의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전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진부할 정도다. 독자적인 재생산 구조를 갖추지 않는 한 학문과 기술의 대외종속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유학을 통해 고급인력을 훈련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영혼과 정신의 무국적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어제오늘의 일인가.

현상적으로 보면, 대학원 입학정원 미달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은 무분별한 정원 확대라 할 수 있다. 대책 없이 대학원 정원 늘리기에 혈안이 되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정원을 늘리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전임교수 확보율을 조작해왔다. 교육부는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입학정원을 늘려주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우리 대학원의 자화상이다. 대학에 돈이 되고 교수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이었던 셈이다. 자연 대학원 교육의 질 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깊이 반성하고 시정할 일이다.

문제의 원인은 대학 내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고학력 취업난으로 집약되는  노동시장의 협착화가 선택의 폭을 좁혔다. 미래가 불확실한 대학원에 진학하기보다는 당장 취업하거나 취업이 ‘보장되는’ 각종 고시공부가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근시안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일례로 석사학위 취득자의 대학원 경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대학원 탐색의 과정조차 기피의 대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제레미 리프킨의 말대로 고용 축소는 날이 갈수록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자기운동성을 갖고 있다. 자동화나 정보통신의 발달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란 뜻이다. 이런 힘이 작용하면서 일종의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만 것이다. 그 고리 한 가운데 대학원 미달 사태가 놓여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이윤만을 앞세우지 말고 고급인력의 훈련과정에 대한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그러나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원 교육과 연계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 권력의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벌이 활개 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박사보다는 외국 박사가 우대받는 현실이다. 한국사 전공자까지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나설 정도니 다른 분야는 오죽하겠는가. 의도적으로 독자적인 학문후속세대의 재생산기반을 만들지 않으려는 강력한 힘이 실재한다. 지배 권력 내지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다. 이런 세력 판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대학원 미달 사태로 상징되는 대학원 교육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용 일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교수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