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고 함은 의례적으로 일단 오래되고, 다음으로 저명한 사람이 저술한 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고전이 가지는 핵심적인 요소는 아마도 ‘그 내용이 오늘날에도 실천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쓰여진 경우에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가질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막상 고전이기에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이런 책을 읽다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어떤 때는 남들은 다 이해하는데 나만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빛보다는 그늘이 훨씬 짙었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생각하고, 그 원인과 해법을 찾는 진지한 고민을 하는 대학생이라면 어느 정도의 수고는 감수하면서 읽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는 아래와 같은 책이 거론된다.
권리를 위한 투쟁(Kampf ums Recht) 독일의 법학자 예링(Jhering)이 1872년에 간행한 저서다. 예링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목적을 “이론적인 면보다는 실제적인 면을, 법의 학문적 인식보다는 법이 그 마지막 힘을 다해야만 한다는 견해, 즉 법의식을 주장하는 용감하고 확고부동한 태도를 촉진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법 (De jure belli ac pacis) ‘국제법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그로티우스(Grotius)가 1625년에 라틴어로 출간한 책으로 전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때 일어났던 종교전쟁의 비참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인간의 이성에 의거한 보편인류법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였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라는 자연법의 원칙을 강조하였다.
범죄와 형벌 (Dei delitti e delle pene) 이탈리아 형법학자인 베카리아(Beccaria)가 1764년에 저술한 책으로 당시의 전제적이고 비인도적인 형벌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죄형법정주의, 사형폐지, 고문금지 등을 주장하였다.
법의 정신 (De l'esprit des lois)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Montesquieu) 가 1748년에 저술한 책으로 인간에게 받아들여진 모든 제도를 비교·고찰함으로써 사회적 사실에 대한 실증과학을 창설하고자 하였으며, 모든 민족의 사회와 역사는 사물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로서의 법칙의 귀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고대법(The ancient law) 영국의 법학자·사회학자인 메인(Maine)이 1861년에 저술한 책으로 비교법적, 역사적 방법에 의하여 힌두법과 로마법 등 상이한 법체계를 비교하여 진화법칙을 주장하였으며, 역사법학의 고전으로 정평이 나 있다.
통치이론 (Two treaties of government) 영국의 정치사상가 로크(Locke)가 1689년에 저술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입법권이 행정권의 우위에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의 지배와 의회민주주의의 근대적 원리를 확립하였다. 또한 입법부와 행정부가 계약으로 합의한 목적에 대하여 파괴적 행동을 취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혁명을 인정하여 명예혁명을 정당화하였다.
이상에서 소개한 책은 이른바 오래된 ‘고전’이나, 비교적 최근에 저술된 것으로 추천할 만한 책으로는 켈젠(Kelsen)의 ‘순수법학(1943)’ 하트(Hart)의 ‘법의 개념(1961)’ 푸코(Foucault)의 ‘감시와 처벌(1975)’ 다이시(Dicey)의 ‘영국헌법론(1885)’ 등이 있다. 모두 읽기가 그리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의지만 있다면 힘들게 읽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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