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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푸른 고 전의 숲■ 당시삼백수
  • 오 태 석 (문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09.07.15
  • 호수 1396
  • 댓글 0

■ 당시삼백수
중국 당나라 명시수록 의미있는 온고지신


2001년 4월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오랜 동맹인 쿠바를 다시 방문했을 때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무위원회 주석에게 다음과 같은 4구의 칠언 절구(絶句)를 건네주었다.

아침에 꽃구름 가득한 중국을 떠나
(朝辭華夏彩雲間)
열흘 만에 만리 길 남미에 당도했네
(萬里南美十日還)
강 건너 비바람은 미친 듯이 거센데
 (隔岸風聲狂帶雨)
푸른소나무 강직하니 산처럼 의연하다
 (靑松傲骨定如山)
 
이 시에서 장쩌민은 당시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미·중간의 갈등 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함께 미국의 코앞에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쿠바를 칭송 은유하였다. 사실 이 시는 “아침에 꽃구름 가득한 백제성을 떠나(朝辭白帝彩云間), 천리 길 강릉에 하루만에 이르렀네(千里江陵一日還), 삼협 양쪽 강언덕엔 원숭이 울음 그치지 않는데(兩岸猿聲啼不住), 가벼운 배는 이미 만산을 벗어났다(輕舟已過萬重山)”고 읊은 이백(李白)의 시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의 운(韻)은 그대로 살리고 자구를 일부 바꾸어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킨 것이다.

여기서 보듯 시를 통한 정치적 의사 전달 방식은 고대 중국 제후국 간에 행해져 온 외교 관례였고, 장쩌민은 이를 멋지게 활용한 것이다. 중국 사상의 태두인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대화를 소통하기 어렵다”라고까지 하며 시의 중요성을 설파했는데, 이러한 관념은 당(唐) 나라 때 최고 등급의 과거인 진사과(進士科)에서 시 짓는 능력을 중시하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서구 사상의 아버지 플라톤이 시인 추방론을 주장한 것을 생각할 때 동·서 문화의 현격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시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전파, 수용, 토착화의 과정을 거치며 노래 부르고 불려지고 읊조려지는 가운데 문인 사대부 사회의 중심적 소통 기제로 작용하였다.
이렇듯 시가 동아시아 각국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은 것은 “시에서 흥취를 느끼고(興於詩), 예에서 설 자리를 찾고(立於禮), 음악으로 인격적 삶이 완성된다(成於樂)”고 한 공자의 시교(詩敎) 이데올로기의 전인격적 구현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고전시의 양대 산맥은 당시(唐詩)와 송시(宋詩)이다. 송시가 성리학의 영향으로 이지적 색채를 띠고 있다면, 당시에는 경치와 감성이 잘 융화된 서정시가 많다. 특히 중국시의 최고봉을 이루는 당시는 5언 또는 7언의 8구로 정제된 형식과 음률로 낭송의 즐거움과 함께, 한편의 그림을 보는듯한 함축적 서정성이 깊이 녹아 있어 정제된 응축미를 느끼게 해준다. ‘전당시(全唐詩)’에는 2천여명 시인의 5만수의 작품이 수록되었는데, 청나라 손수(孫洙 : 형당퇴사 형塘退士)는 이중 77인의 시 300수를 뽑아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만들었다.

이 책은 민간의 노래를 모방한 자유로운 형식의 악부시(樂府詩), 형식이 비교적 느슨한 고체시(古體詩), 그리고 중국음의 격률미를 잘 살린 8구의 율시(律詩) 및 4구의 절구(絶句)가 각각 오언시와 칠언시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당대의 시인 중 사실주의적 색채가 강한 시성(詩聖) 두보(杜甫), 호방한 낭만주의 시인인 시선(詩仙) 이백(李白),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중에 시가 있다[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는 평을 듣는 불교적 색채가 강한 왕유(王維), 그리고 탐미적 상징시를 지은 이상은(李商隱) 등 4인의 작품이 전체의 ⅓을 차지하며 주옥같은 명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다만 이 책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사회 고발성이 강한 작품은 배제하였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이제는 여성 인력을 단순히 배려하는 인사 정책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발탁 활용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창의성과 섬세한 감성 등 21세기가 요구하는 기업인의 자질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실 중국을 휩쓸고 있는 한국의 게임 산업, 스필버그의 여러 영화들, 해리포터, 그리고 한류(韓流)를 이끌고 있는 겨울연가 등의 고부가가치는 모두 단순한 기계적 메커니즘이 아니라, 그들이 어릴 적부터 키워낸 인간 감성과 풍부한 상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문학 고전(古典)의 현재적 재창출은 우리들 마음의 온도계를 훈훈히 올려주고 그로부터 다시금 우리의 현재로 되먹여주는(Feedback), 이른바 옛 것을 익혀 오늘의 새로운 의미를 향해 나아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 있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적 감성미 풍부한 ‘당시삼백수’는 그 적절한 도경(途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오 태 석 (문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오 태 석 (문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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