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재 기자

4ㆍ19혁명 당시 전국 27개 대학의 교수 300여명은 “4ㆍ19에 쓰러져간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계엄하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평화적 시위를 감행, 도로를 행진했다. 당시 교수들의 시위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교수들마저 나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교수들이 민주화 요구와 학생보호라는 명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8일 교수회는 정기총회를 마치고 유덕기 교수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교수들이 ‘총장 즉각퇴진’이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팔정도를 한바퀴 도는 시위를 벌였다. 교수들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80년대의 민주화의 열기가 높았던 시절에도 교수들의 시위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교수들이 피켓을 들거나 현수막을 든 채 집단적으로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에 소극적인 것은 교육자로서 그리고 대학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높은 책임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교수회는 지난해에도 총장 선출에서부터 강의평가, 교원평가 등 학교측이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해 반대성명서나 결의안을 발표했다. 학교의 정책이나 총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견제하는 것은 어느 단체라도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시위는 성격이 다르다. 대학을 대표하는 지성인 교수들이 대화와 토론보다 거리에 나서 직접 의견을 개진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스스로를 구속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특히 농성을 벌이는 현장을 지나치며 보란듯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마치 학생회와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같은 우려는 교수회 정기총회에서도 제기됐었다. 유덕기 교수회장은 “총학생회와는 관계없는 교수회의 의지”라며 선을 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의 농성을 자극하고 선동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수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대학은 학문과 사상을 논하고 대화와 토론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공간이다. 이를 실천해야할 교수들이 대화보다는 시위를, 토론보다는 현수막을 먼저 펼쳐 든다면 이는 교수라는 이름의 무게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민주화시위나 명분있는 사안이 아닌 이해관계에 얽힌 시위라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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