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말이다. 촉나라의 제갈공명은 위나라의 사마중달과 오장원에서 대치하던 중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본뜬 좌상을 만들어 수레에 앉혀 살아서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라는 조치를 취하고 곧 죽었다.

촉나라의 군사는 할 수 없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사마 중달은 제갈 공명의 사망 소식이야말로 촉나라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촉의 군사를 추격하였다. 추격 중 촉나라의 군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북을 치고 깃발을 흔들면서 위나라의 군사 쪽으로 반격해왔다.

게다가 수레 위에 제갈 공명이 살아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사마의는 50리 남짓 도망친 후에 부하에게 물었다. “내 목이 아직 붙어 있는가?”그러자 부하가 답했다. “도독! 진정하십시오! 촉병은 이미 멀리 갔습니다. 촉군은 발상을 했다고 합니다. 수레에 있던 제갈량은 나무로 만든 상(목상;木像)이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사마 중달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죽은 제갈 공명이 살아 있는 사마 중달을 달아나게 하였다”라고 비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들었다. 지난 29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거행되던 날, 서울광장에는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온통 노란 물결이었다. 시민들의 머리위엔 환하게 웃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씌어졌고 노란 풍선은 시민들의 가슴속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차가 서울광장에 도착했고, 노제가 거행됐다. 이후 운구행렬은 서울광장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졌다. 추모 인파 40여만 명은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 하겠습니다”를 연호하며 노란 풍선과 함께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시민들의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는 만큼 정부의 통제도 심해지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민추모제를 불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도 형평성을 이유로 막았다. 현 정부의 모습은 ‘광장 공포증(아고라 포비아)’에 가깝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고자하는 시민들까지도 정치와 불법이라는 멍에를 씌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례에 쓰기로 했던 만장도 대나무는 시위용 ‘죽창’으로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PVC(염화비닐)파이프로 교체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식만큼은 애도하며 자중하려했던 시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멀쩡한 시민을 정치꾼,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일, 정부가 할  역할이 아니다. 시민을 공권력으로 먼저 대하는 일 또한 정도가 아니다. 죽은 공명은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 공명이 중달을 달아나게 했던 것은 공명의 육체는 죽었지만 정신은 살아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정치보복과 민주주의 역행이라는 ‘공공의 적’을 달아나게 할 것은 탈권위주의를 외쳤던 노무현 정신을 살릴 시민들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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