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 편집장
▲오체투지는 불교신자가 삼보께 올리는 큰절을 말한다. 고대 인도에서 행해지던 예법 가운데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불·법·승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방법으로 불교에서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예법이다.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기 때문에 오체투지란 이름이 붙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외치는 오체투지 순례단이 21일 종착지인 조계사에 도착했다. 충남 공주 계룡산에서 출발한 긴 여정이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는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순례단은 호소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는 ‘평화의 길’을 잃어 버렸습니다. 분노의 눈물은 넘치지만 연민의 눈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라며 메말라가는 시대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어려운 요구는 않겠습니다. 그저 따듯한 손길과 눈물로 국민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법의 이름으로 힘의 정치를 펴려 하지 마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순례엔 중앙승가대 학생들, 그리고 정토회 행자 수백명이 함께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우비를 입고 아스팔트에 엎드렸다고 한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 21조가 유린되고 있다. 촛불집회 이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거의 모든 집회를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 지난 달 있었던 등록금 시위에서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끌려갔다. ‘공공질서 위협’, ‘장소 경합’등이 이유다.

이미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한 경우는 28건으로, 지난 1년 동안 금지한 31건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집회가 ‘사회질서 위협’이라는 미명아래 가로막힐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은 사실 어렵다. 그러나 “나도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 내 얘기 좀 들어주라”고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은 기본이다. 오체투지 순례단의 목소리도 바로 그것이다. 기본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정신을 오체투지 순례단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오체(五體)를 땅과 닿게 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땅에 인간의 어리석음을 속죄했다.

정부가 무엇인가. 국민을 대신하는 조직이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에 반하더라도 귀담아듣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저버리는 것이다. 시국이 이래서인지 온 국토를 몸과 맞대며 걸어온 오체투지 순례단의 숭고한 실천이 더욱 크게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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