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출판부 ‘석보상절’,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 펴내

우리대학 출판부가 중세 국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석보상절’에 관한 주해와 1950년대에 문화상을 이해할 수 있는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란 두 책을 잇달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 김영배 명예교수가 개정 출판한 ‘석보상절 제 23·24 연구’는 부처의 가족과 그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이를 한글로 번역해낸 책이다. 부처에 관한 중국의 여러 경전을 합쳐 우리나라 식으로 엮은 ‘증수석가보’를 당시 세종대왕이 창안한 훈민정음(訓民正音)으로 다시 번역한 것이다.

석보상절 제 23ㆍ24 연구
주해 : 김영배
펴낸곳 : 동국대학교 출판부
이 책을 출판한 사람은 나중에 세조로 등극하는 수양대군인데 그는 아버지 세종의 명으로 ‘증수석가보’를 김수온과 신미 스님, 승무원 대신들의 도움을 얻어 훈민정음으로 번역하게 된다. 이는 세종의 부인이자 세조의 어머니인 소현왕후가 병으로 운명하자, 그녀의 명복을 위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15세기 대부분의 중국 불경들은 훈민정음이 나오기 전에 내용을 옮긴 것이라 모두 한문으로만 번역되어 있었다. 하지만 ‘석보상절’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안한 직후에 번역됐기 때문에 15세기 국어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게다가 번역 투의 문체들을 과감히 버리고 대화체가 많아 중세 국어학 연구에 좋은 연구 자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석보상절은 24권의 책 중 10권만이 남아 있는데 그 중 23편과 24편(보물 제523-2호)은 우리대학 중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두 권은 전체 석보상절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부처가 열반에 들 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을 김영배 명예교수가 주해한 것이다.

김영배 명예교수는 1972년에 ‘석보상절 제23ㆍ24 연구’를 출판했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정판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일석국어학상’을 수상한 계기로 기존 자신의 책에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개정판을 출간하게 됐다.

이 책의 부록 부분엔 중앙 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석보상절 원본을 촬영한 사진이 실려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를 통해 중세 국어의 싱싱한 매력 속으로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는 우리나라의 1950년대 전후(戰後) 당시의 문화와 사회상에 대해 교양교육원 권보드래 교수 외 10명의 공동 저자가 각기 다른 시선에서 글을 써내려간 문화학술서다.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
지은이 : 권보드래 외 10명
펴낸곳 : 동국대학교 출판부
아프레걸(Apres girl) 중 아프레는 전후(戰後)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 책에선 전쟁 이후의 우리나라 여성들을 지칭하고 있다. 아프레걸들은 주로 ‘성적으로 분방하고 향락, 사치, 퇴폐에 빠진 여성’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약자’들로 다시 태어난다. 

1950년대 당시는 소련과 북한, 미국과 남한 사이의 6ㆍ25 전쟁이 한반도를 휘갈키고 지나간 이후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미국의 개방적 문화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던 시기였고 정치적 폐쇄성, 경제적 낙후성, 문화적 역동성들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책에선 제1부-‘지식인과 미국의 욕망’, 제2부-‘대중문화와 젠더의 정치학’으로 나눠 저자들 저마다의 톡톡 튄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저자들은 영화 <자유 부인>, <지옥화>와 극단 <신협> 같은 대중 문화적 요소들을 창(窓)틀로 삼아 당시 시민들의 일상적인 실제 모습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 소재들은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같이 당시 사람들의 일상들을 실제에 가깝게 투영하고 있다. 여기에 이야기의 초점들은 ‘미국문화’와 ‘여성’에 맞춰진 채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일목 요연하고 유쾌하게 이어진다.

출판부는 교양서적과 학술서적들을 체계적으로 출간해 대학의 학술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출판부의 이번 신간 발간은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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