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는 1920년에 도입됐다. 우리나라보다 80년이 빠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는 인종, 성별 간 다양성 인정과 통합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입시에도 반영됐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신입생 또는 장학생 선발 시 소수 인종과 여학생을 배려하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현재 미국 대학은 규모에 따라 10여명부터 50~60여명까지 입학사정관을 채용하고 신입생 선발을 맡기고 있다. 80년을 넘긴 미국의 베테랑 입학사정관제도지만 고액 사교육시장 형성을 막을 순 없었다. 미국에는 입학사정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장기적으로 기획·관리해주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들은 수험생의 에세이 작성까지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추천전형(입학사정관 전형) 신입생들이 지난 달 17일 한자리에 모였다. 입학처가 도입 첫해의 자기추천전형에 대한 보완점을 신입생들에게 들어보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작가로 활동하며 몇권의 책을 낸 학생, 영화제작을 경험한 학생 등 다른 학생과는 달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타의 신입생들과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기추천전형의 가장 큰 조언자는 ‘학교 선생님’이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소질과 적성을 알았던 학교 선생님의 권유가 자기추천전형에 응시 하게 된 계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학원 수업, 학원의 입시전략이 먼저인 분위기와는 판이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2009년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을 발표하고 40개 대학을 선정해 지난해보다 79억 원 늘어난 23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정원을 작년 입시계획에 비해 10~20배 이상 늘렸다.

이렇게 되면 2010년 입학사정관 전형의 규모는 60여개 대학 1만 5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짐작이 가능한, 이들은 대학입시학원이다. 인ㆍ적성검사를 통한 스펙 쌓기부터 심층면접, 에세이 작성 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살이 토실토실 오른 사냥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벤치마킹했다. 더불어 입시학원도 입학사정관에 대비한 더욱 ‘진보된’ 고액 사교육 프로그램을 가다듬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정원을 무작정 늘릴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리한 정원확대는 사교육시장에게 더 많은 허점을 보일 뿐이다.

본연의 취지를 살리려면 공교육과 더불어 학교 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학생 자치,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학원에서 키운 수동적 꿈보다 동아리에서 키운 자신만의 열정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신입생 모임에서 한 학생은“꿈만 키웠는데 뽑아주셔서 감사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자신만의 꿈을 가진 청소년에게 입학사정관 전형이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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