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

유지나(영화영상학) 교수
독립영화, 그것도 저예산 다큐멘타리로 한국에서 역사상 최다관객에게 감동을 준 영화. 바로 ‘워낭소리’다. 지금 추세로 보건대 300만, 아마도 그 이상 관객 돌파가 예상되는 이 영화의 성과는 독특한 감동 때문이다.

이를테면 80여 평생 한결 같이 소와 함께 농사를 지어온 할아버지의 (실은 소먹이를 위한) 유기농법. 여느 소와 달리 놀랍게도 40여생을 살아온 소. 절룩대면서도 달구지를 끌며 할아버지와 한 팀이 되어 농사짓는 소의 의연함. 말없이 이심전심으로 소통하는 할아버지와 소가 혼연일체가 되어 늙어가는 모습은 인류학적 화석같다. 고루하기보다는 고고한 의연함, 추레하기보다는 꿋꿋한 기품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편하게 돈벌기를 부추기는 세상살이 흐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그런 것은 거들떠도 안 본 채 본디 해오던 농사일,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할아버지와 소, 소의 비틀어진 굽은 다리와 가늘고 휘어진 채 상처난 할아버지의 다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완벽한 한 쌍을 이룬다. 그리하여 이 한 쌍의 일상을 수년간 들여다 보노라면 분명 감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워낭소리 포스터
그렇다. 여기에서 한 쌍은 할아버지와 소이다. 그래서 뒤치다꺼리를 하며 재래농법에 허리가 휘어버린 할머니는 늘 투덜거린다. 남들은 다 기계도 쓰고 농약도 쓰는데, 고집스레 손과 유기농에 의존하는 영감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 영감은 온갖 험한 일을 하며 소까지 돌보는 자신을 소만큼도 돌보지 않기에 내놓고 질투 섞인 감정을 토로한다. 그런 그녀의 잔소리는 세상의 시선을 반영하는 동시에 적막한 다큐드라마에 유머와 감칠맛을 선사한다.

다큐의 미덕이 사실 그 자체의 진정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이제 다양하고 창의적인 다큐들의 등장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워낭소리’처럼 사실주의적인 다큐에선 꾸미지 않은 사실자체는 여전히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예리하게 보면 집히는 연출 흔적이 거슬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소의 죽음 방식, 카메라를 전제로 한 방안 장면등...이 그렇다. 그렇지만 워낙 이 다큐의 묵직한 주제가 진정성을 담보하기에 커다란 흠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이 영화의 미덕과 감동의 선에 결정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이 영화의 흥행성공 자체가 뉴스가 되어 버린 고무적 현실에서 깨닫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 하나, 바로 영화는 돈의 규모로 질이 보장되지 않는 진정성에 패를 건 예술이라는 사실이다.

-TIP-
마지막에 이 다큐를 이 땅의 아버지와 소에게 받친다, 라고 한 헌사는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도 잔소리꾼에 불과해 밀려난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서운함을 주었다고 한다. 그녀의 존재는 영화의 웃음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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