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사 정동훈 편집장

동대신문사 정동훈 편집장
▲“서울생활 적응하기 참 힘드네요. 부모님, 친구가 그립기도 하지만 의지할 만한 친구, 선배가 없다는 현실이 슬퍼요” 고향 후배가 상담을 해 왔다.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면서도 서로에게 무관심한 선ㆍ후배 관계를 섭섭해 했다. “우리 때도 그랬어. 네가 선배가 되면 바꿔봐” 재미없고 힘없는 대답에 후배도 별다른 위안을 받지 못한 눈치였다. 후배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1990년대 중반, 문민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교육시장 개방에 대비, 대학시장의 자체적인 경쟁을 유도했다. 대학들이 사회에서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세계화’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위해 변화의 돌파구로 학부제를 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학과제에서 학부제로의 변환으로 인해 선ㆍ후배 관계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배들도 나름 볼멘소리를 한다. “학과 후배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신입생에게 밥을 사주고 술을 사줘야 하냐”는 것이다. 이러한 선ㆍ후배간의 소원한 관계는 학생자치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급격히 감소한 동아리, 학생회 활동학생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선ㆍ후배를 넘어 대학생들은 우리가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저마다 자기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한다. 어떤 이는 토익학원에서, 어떤 이는 인턴사원으로, 어떤 이는 해외에서 나름의 달리기를 준비한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손을 마주잡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일자리 창출하겠다고 거짓말하는 정부에게 ‘우리는 안 속는다’라고 촛불을 들 수도 있고 뉴타운 개발에 쫓기듯 떠나는 독거노인들의 짐을 대신 짊어질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울먹이며 고민을 토로하는 후배에게 위로의 술 한 잔을 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며 버팀목일 수 있지 않을까.

▲4ㆍ19 등반대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천 명이 참여하는 등반대회지만 4ㆍ19의 의미를 진정으로 되새기는 이는 몇이나 될까. 1960년 4월 19일 을지로에는 ‘독재타도’를 외치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이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했다면 ‘독재타도’를 외칠 수 있었을까.

우리가 민주화된 세상에서 살 수 있었을까. 혼자만의 달리기를 멈추고 속도는 늦더라도 함께 걸어보자. 세상의 각박함과 비인간적인 면도 함께라면 고칠 수 있다. 그 시작은 옆에 있는 동기, 후배, 선배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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