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학가 자취ㆍ하숙 실태 <2>
지난호 우리대학 주변 자취ㆍ하숙 실태 르포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타 대학 주변 자취 및 하숙 실태를 알아보고 문제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
현재 타 대학 하숙ㆍ자취 학생들의 최대 화두는 뉴타운 개발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하는 지역개발 사업으로, 소규모 지역단위에서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재개발’과 달리 대규모 지역단위에서 다양한 도시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현재까지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 중 대학가와 인접한 곳은 △길음ㆍ미아(성신여대, 국민대, 서경대) △이문ㆍ휘경(경희대, 한국외대) △왕십리(한양대) △전농ㆍ답십리(서울시립대) △북아현(이화여대, 추계예대) △흑석(중앙대) 등 총 6곳이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현재 서울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16%에도 채 못 미친다. 특히 뉴타운 지역 주변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10%이내 이기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은 값비싼 돈을 지불하며 자취 및 하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중에서 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이미 작년부터 철거가 시작된 흑석동 뉴타운 지역의 중앙대다. 과거 하숙촌이 존재했던 이 지역은 이미 철거를 했거나 철거중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숙할 수 있는 집이 적은 실정이다. 하숙집의 경우 월 20~30만원 대였던 이전에 비해 뉴타운 선정, 하숙촌 철거 등으로 인해 예전보다 10~20만 원 정도 올랐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보증금이 500만원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오른 곳도 있었다. 흑석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뉴타운 선정 이전에는 평당 400~500만원에 거래되던 땅이 최근 800~9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뉴타운 선정 지역인 한국외대 주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문ㆍ휘경 뉴타운 개발 사업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원룸의 경우 보증금 500~1,000만원에 월세 30~50만원이 일반적이다. 하숙비 또한 30~40만원을 호가해 과거에 비해 10만 원 이상 오른 상태다. 이문동에 위치한 B부동산의 경우 “뉴타운 개발로 인해 예전보다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오른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타 지역으로 학생들이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름뿐인 학생복지주택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어
대학가 주거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서울시는 작년 12월, ‘뉴타운 주변 대학가 하숙촌 대책’을 마련해 이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타운 주변 대학가 하숙촌 대책에는 뉴타운 주변 대학가 전ㆍ월세 급등지역 모니터링, 학생복지주택의 건축법상 용도분류를 기숙사로 포함시키고, 등록ㆍ취득세 감면 조례 건의 등이 있다.
뉴타운 주변 대학가 주거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인 학생복지주택이란 서울시가 대학과 협력해 학교 외부에 설립하려는 대학생 전용 기숙사로 △중앙대 인근 흑석뉴타운 △서울시립대 인근 전농ㆍ답십리뉴타운 △이화여대 인근 북아현뉴타운 총 3개 뉴타운 대학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상 한계가 대거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그럴듯한 ‘이름’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법안만 제정되었을 뿐 구체적으로 시행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해양부가 학생복지주택을 기숙사 범위에 포함하지 않으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같이 입주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을 위해 건립한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학생복지주택을 통해 대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명분을 앞세워 표면적인 대책이 난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대학생 주거 양극화 부르는민자 기숙사 건립 붐
서울시에서 이러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 뉴타운 주변 지역 대학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기숙사 건립이다.
뉴타운 지역 주변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10% 내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지방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기숙사 건립은 필수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기숙사 건립을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민자 기숙사다.
민자 기숙사는 지난 2006년 건국대가 ‘쿨하우스’를 세운 후 잇달아 서강대, 명지대, 단국대 등이 민자 기숙사를 건설했다. 이외에도 우리대학과 숭실대, 경희대 등도 민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은 민자 기숙사 건립을 통해 심각한 대학생 주거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대학 사업개발실 김규환 팀장은 “수십억이나 드는 기숙사 건축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 투자유치가 절실하다”고 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거주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자 기숙사 건립으로 대학생 거주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대학의 생각과는 달리 대학가 주거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서강대 민자 기숙사인 ‘곤자가 국제학사’의 비용은 한 학기 6개월(2.28~8.21)간 272만원(2인실 기준ㆍ식비포함, 보증금 10만원 포함)에 이른다.
기존 기숙사인 ‘벨라르미노 학사’(117만원ㆍ4인실)는 물론, 주변 하숙집 비용(180~200만원 안팎)보다 높다. 게다가 1인실을 쓰려면 무려 418만원(식비 포함)을 지불해야 한다. 혼자 사용하는 원룸의 한 학기 월세(240~270만원)보다 비싼 수준이다.
헤어숍ㆍ패밀리레스토랑ㆍ택배사무소ㆍ문구점 등이 함께 입주해 있는 건국대 ‘쿨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숙사 한 학기 비용은 271만원(2인실 기준·식비포함, 1인실은 372만원)에 달하는 반면, 주변 하숙집의 방값은 150~180만원 수준이다.
민자 기숙사는 시설 면에서 타 주거에 비해 월등한 시설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에게는 부담을 준다. 올해 곤자가 국제학사에 입사한 1학년 엄 모양(국제문학계Ⅱ)은 “시설 면에서 벨라르미노나 하숙ㆍ자취보다 낫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다음 학기에는 다른 거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민자 기숙사 비용이 높게 책정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대학들이 기숙사 건립 및 운영을 민간자본에 위탁해 수익형 민자 사업(BTO, Build-Transfer-Operate) 형태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BTO는 민간에서 시설을 건립한 후, 소유권은 대학에 넘기고 운영권은 일정 기간 보유하면서 수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서강대 기숙사 건립에 368억 원을 투자한 산은자산운용은 20년간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해마다 7.2%의 수익을 보장받는다.
대학과의 BTO 합작은 민간 투자자들도 선호하는 사업이다. 안전하게 정해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점, 세금면제혜택이 있는 공공시설이라는 점 등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개발실 김규환 팀장은 “학교가 민자 업체와 최대한 가격을 조율하지만, 이익추구를 우선하는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숙사비 책정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주거문제는 그동안 정부와 대학이 오랫동안 방치한 특수집단의 주택문제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16%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나라 주택의 양적 공급 상황이 개선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학생들은 사회적인 관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대학이 인재양성을 하려면 단순히 강의실을 확충하고 우수한 교수들을 초빙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