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특정계층 우대하는 경제정책, 서민·노동자층에겐 희생 강요

서민들에게 더 가혹한
2009 미국발 경제위기

미국 발 금융위기 영향을 받아 시작된 한국경제 침체는 2008년 4/4분기 경제성장이 -3.4퍼센트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국면으로 진입하면서 11년 전인 1998년 외환위기에 버금할 만한 심각한 상황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위험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수출이 두 자리 수를 유지하여 조기에 외환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18.2퍼센트, 12월 -17퍼센트, 올해 1월 -32.8퍼센트로 이어지는 수출 추락은 우리 경제 성장을 역성장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로는 정규직 직장인이 외환위기 시기처럼 정리해고나 실직이 되었을 때 자영업이나 비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로 옮겨가기조차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부실 → 대형 은행 부실 → 중소기업과 자영업 부도로 이어지는 ‘고용의 하향 충격 전달구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금은 자영업 경영악화 → 임시, 일용직 고용사정 악화 → 중소기업 정규직 → 대기업 정규직의 경로를 따라 경기침체 충격이 ‘고용의 상향 충격 전달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악화되어가는 고용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은 실정이고 고용불안이 곧바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

셋째로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과 은행의 부실로 부족해진 자금을 외국 자본을 유치해서 메워놓았다면 지금은 오히려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약 37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어 빠져나갔는데 이것이 우리 금융위기와 환율 폭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결국, 내수와 수출의 동시 추락, 노동자와 자영업 고용의 동시 악화, 국내자금과 해외자금 조달 사정 동시 악화라는 양상이 1998년 외환위기보다 침체의 폭과 깊이도 심화시킬 것이고 침체의 충격으로 인한 한계상황 도래도 빠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걱정을 더해가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는 이명박 정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국가들은 이전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전까지 주류를 이루던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개방화, 작은 정부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속속 폐기하고, 경제위기에 대처하고자 과거와는 반대되는 규제강화, 국유화, 보호무역주의, 정부개입 강화와 같은 정책수단들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가 결정적으로 구분될 만한 정책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실질적인 의미에서 위기대책이라고 할 만한 경제정책이 없었다는 것이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명박 정부 1년 경제정책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완화와 자본시장 통합법 강행,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1차에서 5차에 이르는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계획’, 감세 조치 발표와 종부세 무력화,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와 최근 4대강 정비사업, 그리고 한미 FTA추진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기업 헐값 매각
장기적으로 피해 우려

특히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공기업을 팔아서 부족한 세금을 메우려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매각할 공기업의 자산 가치는 떨어지고, 은행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투자자를 찾는 것이 극히 어려워지면서 공기업 매각, 즉 민영화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쌍용건설은 물론 14개 공적자금투입기업 가운데 당초 매각을 추진하려고 했던 하이닉스나 현대건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 설립 후 민영화 단계를 밟으려고 했던 산업은행은 매각 시도조차 아직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둘러 공기업을 매각한다면 필연적으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2월 13일 지식경제부는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관 중 해외 자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적극 해외매각하여 부족한 외환을 조달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정부는 2009년 1월 15일 5차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111개 공공기관 출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을 팔아 4조 6,000억 원의 매각 수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라 재산인 공기업은 한번 팔아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시 회복될 수 없는 불가역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공적 재산을 매각할 때에는 여러 가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재산은 5년짜리 행정부가 집권기간 5년만을 내다보고 관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훗날 역사에서 공기업 팔아서 경제위기 탈출을 시도한 유일한 나라로 꼽힐 수도 있다. 그 불명예를 이명박 정부가 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대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고층빌딩과 대조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

최저임금 인하 추진
고용유지는 애써 외면

예상되고 있는 세계적인 고용대란을 앞두고 각국 정부는 고용보호와 유지를 위한 각종 대책과 추가 일자리 창출대책을 세우느라 부심하고 있다.

신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30일,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약화된 노동조합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연방정부 계약업체들을 상대로 노조탄압 금지, 단체교섭권 공지, 계약업체 교체시 고용승계 등을 명시한 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기 보다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고용유지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임금 삭감정책을 고용정책이라고 내놓으며 임금 삭감기업에 세제지원을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최저임금법이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면서 최저임금을 낮추는 시도마저 강행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들 정책이 고용유지와 확대에 기여할지 의문시됨은 물론, 경제 불황을 핑계로 기업들이 자행할 무분별한 노동자 피해전가를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고 여기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주고 있는 꼴이다. 반대로 고용과 임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의의 중소기업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다.

경제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해 감세를 해주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국민의 재산이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에게 임금삭감을 요구하면서도 고용유지 확대에는 소극적인 것은 분명히 다수 국민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환위기 이후 경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는 경제 민주주의를 더욱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용산 참사’는 바로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자영업인들의 희생 강요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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