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나(영화영상학) 교수

유지나(영화영상) 교수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디지털 영상시대. 그래도 영화를 만든다는 것, 특히 변변한 촬영기자재도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맨 땅 위 헤딩처럼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만들고픈 열정에 기대 열악한 환경과 고달픔을 돌파해 내는 영화청년의 일상이 화면 속에 정겹고도 오롯하게 담겨진다.

영화를 보노라면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속물스러움과 그걸 돌파하는 진정성에 은근한 유머까지 느껴진다.

약간의 공익자금으로 지역에서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벌어지는 어수선한 풍경, 후배들에게 술 사준다고 뜬금없이 들리는 선배의 자기만족 도취증. 쪽방으로 쫓겨 다니며 어떻게 해서든지 작업장인 작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청년들의 열정, 열악한 현장에서조차도 여배우에게 어설프게 연애작업을 시도하는 촬영 스탭의 주책스러움까지 담아내는 남루한 솔직함이 흑백화면에 담담하게 펼쳐진다.

심지어 싸구려 주막에서 약간 술이 오른 후배는 선배에게 투정을 부린다. 이렇게 힘든데 영화를 왜 계속 만드느냐? 형은 재능 없으니 그만두라는 직언은 상처를 줄 만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에 상처받기보다는 그래도 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는 선배의 자기고백은 허허하고 진솔하다.

이렇듯 진솔한 풍경화에, 대구 지역에까지 가세하여 어이없는 순간에서 조차도 유머가 터져나온다. 그런 유머효과는 긴 호흡의 영화 리듬을 유연하게 만든다.

결국 영화 만들기에 관한 이 영화는 과장되고 환영에 찬 영화 만들기의 판타지를 깨 주는 효과도 있다. 영화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영화로 돈 벌고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는 일은 환상 혹은 허영에 가득 찬 일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저 멀리 스크린에 갇힌 그들만의 세상 풍경화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든, 예술행위든, 그 무엇이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며 살아 내려는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마치 이웃이나 내 경험인양 정겹게 다가온다. 영화가 삶-일상 자체의 풍경화가 되는 소박한 진정성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TIP-
고군분투하며 영화를 만들어 온 김삼력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된 튼실한 에피소드들, 게다가 대구 사투리의 투박한 정겨움이 독립영화의 미덕을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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