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100년의 타임캡슐' 펴낸 배연형 동문

‘판소리 100년의 타임캡슐’의 저자 배연형 동문

흔히들 판소리가 전라도 지방에서 경기 충청 지방으로 올라왔다고 알고 있다. 학계에서도 판소리 관련 논문 중 90%이상이 판소리가 전라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인정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소리계의 통설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이가 있어 화제다.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대학의 한국 음반 아카이브 연구단의  연구 책임자로 있는 배연형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연형 씨는 젊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판소리 관련 유성기 음반을 수집해 왔으며 지금은 보유한 가치 있는 음반 수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을 정도로 그 열정이 뛰어나다. 그는 석사 과정 때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중 머리를 식히려고 방문한 국립극장에서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판소리가 마냥 재밌었다는 그는 그 때부터 판소리 관련 유성기 음반을 학문적인 접근으로 수집했다. 학자 입장이 아닌 독학으로 판소리를 듣고 체험한 배연형씨는 오히려 경험 중심의 학습을 바탕으로 학문을 기존의 선입관 없이 자신의 판단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유연함은 그가 낸 책 ‘판소리 소리책 연구’에서도 여지없이 녹아들어 있다. 이번에 동국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판소리 소리책 연구’는 연구 방법으로써 판소리 가사를 기록한 소리책의 가치를 재조명한 연구서다. 소리책은 판소리를 하는 명창들이 자신의 노래를 잊지 않도록 적어 놓는 판소리 가사 집을 뜻하는데 판소리의 가사격인 사설뿐만 아니라 명창들이 쓰던 장단도 들어있다.

판소리관련 유성기 음반은 1900년에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유성기 음반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이전인 19세기 때의 판소리의 원형은 기존의 자료와 문서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판소리의 원형을 짐작하는데 가장 유용한 자료로 배연형씨는 소리책을 꼽는다. “판소리는 성음(발성법), 장단의 운용, 선율의 짜임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장단과 가사만으로 판소리를 파악할 순 없다.

하지만 그 판소리의 유파적 특징이나 바디 전체의 짜임과 같은 좀 더 큰 단위의 판소리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소리책의 가치를 재조명 해낸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소리책과 유성기 음반을 토대로 배연형씨는 기존의 판소리의 전라도 기원설을 반박하며 판소리가 전라도 지역에서 기원한 것이 아닌 충청도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 근거로 그는 현재 전라도 지역에서 발전한 동편제와 서편제에서 가끔 가다 서울의 판소리 말투인 京(경)톨이 튀어나온다는 것에 주목한다. 과거 경기 충청 지역의 판소리였던 중고제의 소리를 대대로 전수받아온 이동백 명창의 소리가 담긴 유성기 음반과 같이 경기 충청 지역의 옛날 판소리의 흔적이 현대 판소리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배씨는 명창들의 판소리를 모은 ‘조선창극사’에서 판소리의 초창기인 전기 팔 명창의 활동 지역과 출신 고향이 모두 경기 충청이라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주요 활동 지역이 다른 지역일 수도 있겠지만 판소리 초창기의 팔 명창 모두 경기 충청 지역이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판소리의 문학적 콘텐츠와 출판의 역사도 서울에서 전라도로 내려가는 루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배씨 주장의 근거다. 이 밖에도 오랜 유성기음반 수집과 연구의 기초위에 있는 근거가 많다. 이러한 주장들은 저자의 오랜 유성기음반 수집과 연구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어서 만만하게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박을 위해선 방대한 희귀자료를 섭렵해야하기 때문이다. 배 박사는 이러한 논쟁에 대해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선 서로 잽만 날릴 것이 아니라 때론 강하게 건전한 논쟁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서로 이기기 위해 열심히 파고들어 학문이 발전하는 게 아닌가”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책 부록에 자신이 근거로 세운 중고제의 유성기 음반을 집어넣은 것도 “상대방에게 내 주장의 근거를 공개해 같이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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