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020.7.1 13:37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문화 문화기획
누구나 생산하고 모두가 공유한다,‘인터넷 밈’의 힘
  • 이태준 기자‧송유진 수습기자
  • 승인 2020.06.15
  • 호수 1615
  • 댓글 0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2017년 발매된 노래‘깡’ 가사 중 일부이다. 이 곡은 왠지 모를 촌스러움과 과한 개성으로 인해 발매 당시 대중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깡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노래가 됐다. 이러한 깡의 유행 흐름은 ‘밈’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문화 용어 ‘밈’은 학술 용어 ‘Meme Theory’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유전자가 끊임없이 복제를 하듯 문화 현상 또한 구성원 간 공유와 전달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개념이다. 최근 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SNS 등 대중 기반 정보공유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밈이 생성되고 퍼져나가는 양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만들어진 밈이 어떻게 현재 문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문화계 유전자, ‘인터넷 밈’

▲사진출처=‘깡’ 뮤직비디오.


가수 ‘비’가 깡을 처음 발매했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차가웠다. 본인에 대한 칭찬 일색의 가사, 발라드와 랩이 섞인 멜로디와 민망한 안무 등으로 당시 이 노래는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노래가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을 뿐이지 한류 스타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의 실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깡 뮤직비디오 댓글에는 비를 조롱하는 댓글, 비의 실력을 안타까워하며 잘 연출된 노래를 발매하길 바라는 댓글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한 고등학생 유튜버가 깡을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고 다른 유명 유튜버들도 연이어 퍼포먼스를 올리며 ‘깡 챌린지’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스타가 발매한 시대착오적 노래,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과 챌린지 등이 하나로 모여 매력적인 밈이 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재해석과 전파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스타는 비뿐만이 아니다. 가수 ‘양준일’, 배우 ‘김응수’와 ‘김영철’ 등이 밈과 함께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2018년 말, 양준일의 과거 영상이 온라인에 떠돌며 화제가 됐다. 과거에 외면받던 그의 패션과 춤이 현대적 시각에서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대중들에게 양준일은 세련된 감각과 절제된 퍼포먼스로 환영받는다. 인터넷 상에 존재하던 그의 영상들에는 ‘못 알아봐서 미안했다’, ‘지드래곤과 똑같다’ 등 댓글이 달리며 양준일 재기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JTBC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기점으로 각종 음악방송과 예능에 출연하며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MBC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한 양준일 모습.

영화 ‘타짜3’의 흥행 실패는 배우 김응수를 재조명하는 발판이 됐다. 작년 9월, 타짜3가 개봉했지만 전작과 다른 실망스러운 연출력으로 혹평을 받았다. 이는 대중들에게 전작 ‘타짜1’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타짜1을 재관람하는 대중들도 생겼으며, 이 과정에서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 캐릭터가 이목을 끌었다.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 곽철용 캐릭터의 명대사가 각종 커뮤니티에서 자주 활용되며 밈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출처=김응수 출연 광고.

이와 함께 배우 김영철은 본명보다 ‘사딸라 아저씨’ 라는 별명이 더 익숙할 정도다. 그는 ‘사딸라(4달러)’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유행어를 이끌어냈다. 특유의 억양과 흡인력이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으며 그가 출연한 작품, 그의 대사와 연기 등은 모두 밈이 돼 합성, 편집되며 재창조됐다. 

방송과 광고까지 휩쓴 ‘밈’

대중이 직접 생산해 유행시킨 밈이 역으로 공중파 예능이나 광고에 사용되면서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밈을 통해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각종 음악방송과 예능에 출연했다.
최근 비는 MBC의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과거의 스타인 비가 최신 예능에 출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깡의 재조명이다. ‘1일1깡’을 한다는 ‘깡팸’을 자처하는 누리꾼이 급증하는 등 비와 깡은 현 한국 연예계의 가장 큰 화두다.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도 주된 관심사는 깡이었다. 비는 해당 방송에서 “1일 1깡은 적다, 하루 3깡 정도는 해야 한다”며 ‘깡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고, 데뷔곡 ‘나쁜 남자’ 부터 ‘깡’까지 다양한 무대를 보여줬다. 깡의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5월 16일 비가 출연한 방송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8.5%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이외에도 이달 5일 비가 출연한 웹 예능 ‘워크맨’이 유튜브에 올라갔고, 여러 브랜드 제품의 모델로 발탁되는 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 1월, 가수 양준일은 한 음악방송의 주인공이 됐다. 2001년 ‘V2’로 활동하며 가진 무대 이후 19년 만의 무대다. 이날 무대에서 양준일은 그의 데뷔곡 ‘리베카’를 선보였다. 1991년 발매한 노래지만 현대 대중가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뿐더러 그의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도 여전했다. 1월 음악방송 출연 이후에도 지난 3월 안무가 ‘리아킴’과 함께 공연했고, 이은 5월 다시 한번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는 등 꾸준히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바르고 선한 이미지와 화제성은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광고계의 러브콜을 쇄도케 했다. 홈쇼핑, 의류제품, 학원 등 분야를 막론하고 그에게 광고업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배우 김응수의 방송출연과 광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명대사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큰 관심을 받자 MBC 예능 ‘라디오스타’는 발 빠르게 그를 섭외했다. 해당 예능에서 김응수는 화제가 된 유행어룰 직접 선보이는 등 재치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에 대중들은 더욱 그를 주목했고 화제성을 알아본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묻고 더블로 가’라는 그의 시그니처 대사를 이용해 광고를 제작했다. 뒤이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현재 그는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출처=김영철 출연 광고.

‘사딸라’의 주인공, 배우 김영철 또한 가장 화제성 있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예능에 출연한 그는 명대사들의 뒷이야기를 밝히는 등 입담을 뽐냈다. 이 방송에서 그는 ‘사딸라’만을 연발하는 그의 패스트푸드 전문점 광고가 유통된 후 해당 프렌차이즈의 매출이 3배 이상 올랐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대중이 직접 생산한 밈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문화콘텐츠 시장의 변화

인터넷 밈의 생산과 확산은 최근 들어 발생한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전에도 ‘인터넷 밈 비슷한 것’들은 다수 존재했다.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커뮤니티 구성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유행어’나 ‘댓글 규칙’ 등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을 공유하고 즐기는 구성원들의 수가 극히 적었고 밈의 지위를 얻기 부족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SNS, 그리고 이들 플랫폼의 댓글 기능은 밈 문화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모두가 문화 콘텐츠 생산자가 돼 자신만이 아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댓글을 통해 활발한 의견 교류가 이뤄진다. 간단한 단어나 문장일지라도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 공유가 일어나면 밈이 되고, 수년 전 발매한 음악이나 영상물도 인기를 끌면 오늘의 밈이 된다. 문화 콘텐츠는 더이상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도 사라졌다. 또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대중에게 전달되는 특징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의 특징과 수용 양상은 변했지만 본질은 더 짙어졌다. 대중들이 직접 선택했기 때문에 이로부터 더 많은 즐거움과 흥미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동질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하지만 인터넷 밈 현상을 그저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순 없다. 이제 대중들은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에도 관여하는 적극적 주체다. 그렇기에 ‘인기를 얻거나 흥미를 끈다면’ 무엇이든 밈이 될 수 있는 특성을 대중 스스로 인지하고 콘텐츠의 수용과 공유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성 제작자들이 가졌던 ‘문화 권력’이 분산됐고 이와 함께 콘텐츠 제작 윤리가 대중들에게도 필요해졌다. 권력과 책임이 다수에게 나뉘는 민주적 특징이 문화에서도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인터넷 밈 현상이 가져올 ‘문화 민주화’ 시대가 기대된다.

이태준 기자‧송유진 수습기자  dgupress@dgu.edu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태준 기자‧송유진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