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떤 물질이나 돈으로 쉽게 환원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 하나로 우리는 기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되지 않는 액수더라도 그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을 담아내려 하고, 도움받는 사람 또한 매개로써 그 마음을 함께 전달받을 수 있다는 믿음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 집’ 관련 기부금 횡령 의혹은 그 자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어떤 씁쓸함으로 귀환됐다. 진위여부를 떠나 그 믿음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따뜻함을 전할 몇 안 되는 방법마저 굴절될 수 있다는 또 다른 믿음이 사회적으로 생겨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믿음이 믿음으로써 좌절되는 경우, 분노로 때론 상처로 그 대상을 기피하고만 싶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부 포비아’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본다.


사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 받아 온 문제였다. 우리나라가 OECD 기준 기부 참여율이 늘 하위권이면서 동시에  통계청 자료에 따라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기부율 감소 경향이 보이는 것에 대한 원인으로 항상 기부금의 투명성 문제가 언급됐던 것이다. 그 문제를 비로소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끄집어낸 사건이 이번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 집 관련 기부금 횡령 의혹일지도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징후는 기부 포비아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기부 문화의 위축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가속화는 정말이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에게 너무나 뼈아픈 상황이 되고 만다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기부 포비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임을 암시한다. 기부금의 투명성, 더 나아가 뿌리 깊게 박힌 사회적 불신에 대한 문제 인식까지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대학의 기부금 모금이 학생사회나 기부로 마음을 전달하는 불자, 그리고 동문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공론화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대학은 재단의 특성상 기부금 모금이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 편이다 . 작년 한  해 모금액은 138억 원으로 국내 대학 중 5위를 기록했다 . 무엇보다 단순 모금액을 떠나 이것을 마음으로 바라봤을 때 그 값어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대학은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그 사용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어쩌면 앞서 언급한 사회적으로 더 높아져 가는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에  비껴갈 수 없을 상응한 대답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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