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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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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는 성물이 아니다
▲이건회 (영어통번역학전공 16)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국회의원 당선인이 금배지를 언박싱하는, 이른바 ‘금배지 언박싱’ 영상이 논란이었다. 금배지가 가진 국회의원의 책임을 가볍게 생각했으며,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나아가 이는 당선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수준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나 역시도 이 영상을 보고 놀랐다. 정말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고작 이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정당의 지지자가 아니며, 오히려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월 60만 원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당의 당론을 전형적인 현금살포식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에 대한 비판에 공감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언박싱’이라는 단어는 구매하거나 선물받은 물건의 상자를 열어보는 행위를 뜻한다. 유튜브에서는 대부분 본인에게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진 물건을 자랑하기 위함으로 언박싱을 활용한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국보급 문화재를 언박싱하는 영상을 찍었다면 비판의 소지가 존재할 수 있다.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큰 문화재의 경우 무겁게 바라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배지 언박싱’은 조금 다르다. 국회의원의 금배지는 그 자체로 신성불가침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금배지는 그냥 금배지일 뿐이다. 왜 국회의원의 책임감과 자질과 품위를 고작 금배지에 투영하는가. 금배지를 성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국회의원에게 가져왔던 관료적이고 특권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종국에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거리감을 더 늘어나게 하는 행위가 아닐까.

 ‘국회의원 금배지 언박싱’, 나는 이를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해당 영상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 받았던 발언이 단 하나 있었다. “한 네티즌이 3만8천 원짜리 금배지를 중고나라에 10만 원에 팔아요”라는 댓글을 달자, 용혜인 당선인이 “신박한 재테크 방법이네요” 라고 답변한 것이었다. 이것이 국회의원직에 대한 무책임함에서 나온 말일까? 그녀의 이 말은 본인이 금배지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두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오히려 이를 통해 그동안 금배지가 가져왔던 국회의원만의 특권과 같은 모습을 탈피시켰다. 언박싱을 한 것도 이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젊은 정치인은 이런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법치주의 국가임을 감안하여 금배지 언박싱이라는 행위가 법적으로 어긋나는지도 살펴보자면, 국회규칙 제 200호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의 총 15가지 조항에서 금배지에 관한내용은 없다. 따라서 이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도 아니다.

 2년 전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아기를 안고 국회에 등원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미 상원 역사상 최초 있는일이었지만, 하루 전날 상원의원 전원은 만장일치로 영아의 등원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엄마와 국회의원의 역할을 동시에 가능케 하여 경력단절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국회를 가볍게 여겼다며 비판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법의 허점과 문제를 파악하고 올바르게 바꾸는 직책이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비판해야 할 부분은 금배지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아니라, 금배지를 차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다. 미 상원에서 영아의 등원을 허용한 것처럼 시대 변화에 맞는 열린 생각과 새로운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배지 언박싱은 내게 시의적절한 콘텐츠였다.

이건회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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