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면 다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기 바쁘다. 이처럼 ‘대면’의 위험성으로 우리대학도 온라인 수업을 통한 비대면 중심의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캠퍼스로 향하는 발길도 끊겼다. 이번 호에서는 일부 대면 강의가 시작되기 전 ‘등교 중지’가 시행된 고요했던 우리대학 캠퍼스 풍경을 담아봤다.

 

더 험난해진 등굣길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출입로는 차량이 통과하는 정문, 학술문화관 옆의 중문, 학림관 아래의 후문, 그리고 기숙사와 연결되는 신공학관 1층 출입구 네 곳으로 축소됐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우리대학 학생들은 네 곳의 주된 통학로 이외에도 소위 ‘쪽문’이라 불리는 다양한 길을 활용해 보다 편리한 통학과 강의동 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출입로가 일부 제한되자 학생들에겐 평소 사용하던 등굣길 대신 멀리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취촌 쪽문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이 체육관 옆 통행로를 사용할 수 없어 중문이나 후문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통행로 제한 및 야간 건물통제 안내판.(사진=장미희 기자.)

남산자락에 위치한 우리대학의 등굣길은 유난히 험난하다. 높은 언덕길이 많아서 학생들은 등굣길을 흔히 등산로에 비교하곤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학생은 가파른 계단만 이용하기보다 편리한 이동을 돕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사용한다. 특히 동대입구역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보통 경찰서 옆의 에스컬레이터와 사회과학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등교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운영은 모두 중단됐으며 그 대신 계단 사용이 장려됐다. 

▲사회과학관 엘리베이터의 사용이 중지됐다.(사진=장미희 기자.)


동대입구역에 도착한 학생은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에도 두꺼운 마스크를 낀 채 숨을 고르며 힘겹게 체온을 검사받았다. 험난한 등굣길에 높아진 체온으로 여러번 온도를 재측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체온 측정 후 학내 진입에 성공한 학생은 또 다른 난관을 마주한다. 평소 이용하던 사회과학관의 엘리베이터 사용이 중지돼 높은 계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숨을 쉬지만, 묵묵히 계단을 오르는 학생의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방역을 위한 것이니 어찌할 수 없다.

▲중문에 체온 측청을 위한 가건물이 마련됐다.(사진=장미희 기자.)

정문에서는 체온 측정을 위해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선 풍경이 펼쳐졌다. 교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도로 한가운데 서서 창문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뒤 체온을 측정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변덕스러운 봄 날씨를 버텨내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드라이브 스루’ 체온 측정이 이뤄지는 정문. (사진=장미희 기자.)

 

 

부처님의 말씀이 필요한 오늘

 

정각원도 역시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안쪽에는 두툼한 방석에 앉아 참선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법당 아래 가지런히 신발 한 쌍이 놓여 있었는데, 법회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신발 더미와 대조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각원 앞에 놓인 신발 한 쌍.(사진=장미희 기자.)

 

 

학생이 떠난 자리, 무엇이 남았을까?

강의동의 복도는 적막에 잠겨 있다. 사물함을 이용하는 학생도, 이전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이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학생도 없었다. 강의실의 문은 잠금장치로 굳게 잠겨 있었으며, 그 안으로 교탁과 책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얇은 빛줄기만이 학생을 대신해 텅 빈 강의실을 채울 뿐이었다. 

▲문틈으로 바라본 명진관의 빈 강의실.(사진=장미희 기자.)

 

 

어디서나 손 소독은 필수!

감염 예방을 위해 공용 컴퓨터 실습실의 출입은 통제됐다. 그리고 더 이상 프린트를 하려고 차례를 기다리거나 수업 도중 깜빡 잊은 프린트를 하기 위해 뛰쳐나오는 학생의 모습도 볼 수 없다. 프린트 시설 바로 옆에 손 소독제와 예방행동수칙이 놓여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대학가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질 뿐이다.

▲프린트 시설 옆에 손 소독제가 놓여있다.(사진=장미희 기자.)

 

 

상록원의 새로운 시도

상록원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일부 식당의 운영을 중단 또는 축소했다. 상록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손 소독제가 놓여 있었으며, 테이블에는 곳곳에 하얀색의 높은 가림막이 설치돼 대면접촉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듯 보였다.
1층 솥앤누들 메뉴에도 변동이 있었다. 기존처럼 달궈진 솥과 같은 다회용기가 아닌 종이 포장지에 담겨 포장이 가능한 컵밥 메뉴가 추가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식당 내 식사를 꺼리는 사람들을 배려한 새로운 시도이다. 

▲가림막이 설치된 상록원 1층의 전경.(사진=장미희 기자.)

 

 

코로나19로 달라진 ‘매점’의 풍경은?

교내매장은 운영 시간을 단축한 임시 운영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아예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향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선 식품 발주를 대폭 감소했으며, 혜화매점은 잠시 운영을 중단하기도 해 샌드위치, 과일 등 신선식품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냉장고가 텅 비어 있기도 했다. 또한 두리터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해 KF94 마스크를 판매한다.

▲혜화매점의 텅 빈 냉장고.(사진=장미희 기자.)

 

 

도서 대출도 비대면으로
중앙도서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5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 도서관 자료실과 열람실을 대상으로 임시휴관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기간이 연장되고 자료 대출을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찾아 놓는 대출서비스’라는 이름의 제한적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도서의 대출을 신청하면 근로 장학생들이 해당 도서를 찾아 2층에 새로 설치된 데스크를 통해 해당도서를 배부하는 구조로 기존의 ‘찾아가는 대출서비스’ 기능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도서관의 이용 방법도 새롭게 바꿔 놓았다.

▲중앙도서관 2층에 새롭게 마련된 배부장소.(사진=장미희 기자.)

 

 

 이제는 자연스러운 대학 풍경의 일부로

캠퍼스 곳곳 흰 바탕에 큼지막한 글씨로 ‘임시대기소’라고 쓰인 천막도 눈에 띈다. 명진관, 신공학관 1층 등 주요 출입구 근처에 있는 천막은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환자를 위한 대기시설이다. 37.5도 이상의 발열이 있거나 기타 코로나19 의심증세가 발현하면 보건소 직원이 파견될 때까지 관련 의심 환자가 잠시 대기할 수 있는 시설을 별도로 마련해 둔 것이다. 이처럼 대학 캠퍼스 내에 임시대기소가 설치될 만큼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마스크, 열 감지기, 손 소독제는 자연스럽게 대학 풍경의 일부가 됐다. 하루빨리 이런 불안한 공존이 종식되고 우리 함께 마스크 없이 캠퍼스를 거닐 그날과 마주하고 싶다.

▲신공학관 1층 출입구에 마련된 임시대기소..(사진=장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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