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코로나19가 한국에 전파된 지 수개월이 지났다. 두려 움은 지겨움이 됐다. 집 안에 있기 지겨운 사람들은 길을 막아도 KF마스크를 쓴 채 벚꽃을 보러 마실 나가고, 카 페엔 담소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 달 전에도 지금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하철과 버스 와 자가용을 타고 일터로 향하고 있다. 비상사태와 일상 은 묘하게 공존하는 중이다.

집안에 묶여 이상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 중엔 대학생 들도 있다. 2주간의 개강 연기 이후 ‘사이버 학기’가 시작 됐다. 교수들은 마이크 설정 실패, 업로드 실패, 인코딩 실패 등으로 ‘멘붕’이 오다가, 이제는 강의 업로드뿐만 아니라 ZOOM(줌) 같은 앱을 사용하여 실시간 강의도 해내기 시작했다. 업로드 강의에는 1차시당 과제 한 개가 있어 과제를 내고 채점하는 교수나 과제를 푸는 학생이 나 어디 못 가고 잡혀 있기는 매한가지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 진정한 소통이 사라진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묘한 상황이 연출 되는 중이다.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초중고를 보낸 대 학생들은 교수들의 ‘실수’를 잡아내어 ‘에브리타임’에 올리기도 하고, 실시간 강의 때 얼굴을 보이고 대답하라 는 교수에게 ¼만 얼굴을 보여주거나 예쁜 프로필 사진 을 대신 들이밀기도 한다. 한 학기 동안 한마디도 안 하 던 학생들이 실시간 화상 강의에서는 이모티콘을 날리거 나, 채팅으로 궁금한 점을 교수에게 묻는다. 의견을 물으 려 온라인 투표를 하면 참여율이 100%에 육박한다. 전화 대신 카톡과 채팅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분명한 소통이 고 의사 표현의 장일 것이다.

세계는 어쩌다 전염병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법을 익혀 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대학생들이 쉽게 봄학기에 캠 퍼스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도래 한 사이버 학기는 대학에서의 배움에 대해서도 근본적 인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교수들은 지금까지 누구 와 눈을 맞추고 누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수업을 해 왔 는지, 즉 소통을 어떻게 해 왔는지, 카메라와 온라인 칠 판을 보면서 생각을 해야 할 순간이다. ‘거꾸로 수업’ 과 ‘경험기반학습’과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 수업)’ 등 다양한 인프라 투자를 해왔으나 고작 서버 다운 앞에서 무력했던 대학과 교육 당국도, 사이버 학기에 참여하며 온라인 주체가 되어버 린 학생들의 박수 버튼과 1:1 채팅, 쪽지가 무슨 신호를 주는지 분명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처럼 ‘사이버 학기’에 온라인 ‘접속’조차 어려운 학생이 있다 면, 복지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재난과 지 겨움, 밀어닥친 과제, 온라인 주체화를 겪고 온 모든 학생 에게 캠퍼스가 좀 더 흥미로운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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