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주영 기자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반 고흐가 그의 동 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늦깎이 기자 지망생인 나는 4학년 1학기에 동대신문 에 입사했다. 마지막 학년에 신문사 활동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취업준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4학년이 바쁜 신문사에 들어가는 것은 민폐라고 얘 기하기도 했다. 나 또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동대신문 기자가 되기까지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때 나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한 화가가 된 것 같았다.

수습기자 활동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부탁해야 했고, 수십 번 거절당하기도 했다. 또 기사체가 익숙하지 않아 같은 기사를 여러 번 고쳐 써야 했고,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번 취재를 나가면 서 낯선 사람과 얘기하고 거절당하는 일은 익숙해졌고 기사는 수정할수록 좋은 글이 됐 다. 또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내 모습은 어느새 동대신문 활동에 원동력이 됐다.

고흐의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텅 빈 캔버스 앞의 무력함을 수없이 이 겨낸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됐다. 수습기자 생활을 마치는 지금 나는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 이제 또 다른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 더 나아진 그림 을 기대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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