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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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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나의 세상

가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럴 때면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최근 한 생각에 빠졌다.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은 각자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생각의 틀, 판단 기준, 생활습관 등이 모여 각자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세상은 기준이 되어 다른 세상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세상이 옳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세상이 존재함은 알고 있었지만 나의 세상이 더 옳은 세상이라고 여겼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동대신문 수습기자가 되어 다양한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나의 세상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반추했다. 나의 세상만을 내세웠기에 다른 사람의 세상과 충돌이 잦았고 충돌은 기사의 질을 낮췄다.

수습기자로서 처음 인터뷰 기사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인터뷰 대상자를 어렵게 선정하고 하루 하루 연락을 이어갔다. 좋은 기사를 위해 인터뷰 질문도 여러 번 수정했고 기사의 방향도 매일 고민했다. 인터뷰가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나의 한순간 실수로 단번에 취소됐다. 당시에는 인터뷰 대상자의 행동과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겼고 내가 올바르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지난 기억 속의 나는, 나의 세상만큼 타인의 세상도 존중받아야 함을 모르던 수습기자였다. 벌써 반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이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신문사에 들어와 여러 일을 겪으며 경험으로 알게 됐다. 타인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와 그들의 세상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관용이 기자가 갖춰야 할 자격이다. 수많은 사람의 세상과 그 세상들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관철하면 나의 세상의 크기가 조금은 커질 수 있을까.

이태준 기자  tgk7777@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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