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집 이야기' (2016), (출처: 목란 비데오)

 

요즘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도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를 상영한다. 이처럼 일반인들도 북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북한 사회를 이해 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두 영화제가 주목하는 북한 영화는 ‘우리 집 이야기’다. ‘우리 집 이야기’는 20세에 고아 7명을 키운 ‘처녀 어머니’ 장정화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으로 북한에서 큰 화제가 됐다. 더욱이 이 영화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으며, 북한 영화로는 최초로 남한 영화제에서 공개 상영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북한 주민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북한 주민의 삶이라고 해서 남한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며 수학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은정’은 남한 학생들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북한의 교육 과정이 남한과 유사하며 학력 경쟁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은정은 ‘피다고라스의 세평방의 정리’를 공부하고 수학 경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급우와 경쟁을 벌인다. 이 장면은 얼마 전 남한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과열된 학력 경쟁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해 씁쓸했다. 또한 북한이라고 해서 외국 물품이나 최신식 전자기기가 사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극 중 조선 최고의 축구 선수를 꿈꾸는 ‘은철’은 경기 연습할 때 외국 상표가 붙은 축구복을 입는다. 정아의 아버지는 트럭 운전 중 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무선 이어폰을 사용해 통화하고 ‘정아’는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받는다. 북한은 느리지만 분명 변하고 있으며 남한과 북한 주민의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영화의 대사와 말투도 남한과 흡사하다. 처녀 어머니 ‘정아’는 ‘은정’에게 “죽어라고 공부해 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어”라며 남한 어머니가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을 똑같이 사용한다. 이처럼 남한과 북한 주민의 삶의 모습은 이념을 떠나 매우 비슷하지만 우리는 아직 오해 가득한 미성숙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탈북자 ASMR(에이에스엠알)’ 영상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북한 말씨를 과장되게 따라 하며 먹방(먹는 방송)을 하는 영상이었는데 제목도 자극적이고 댓글은 온통 우스꽝스럽고 참신하다는 반응뿐이어서 놀라웠다. 이처럼 우리는 때론 그 사람이 단지 북한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희화화를 용인한다. 쉽게 뱉은 말들로 누군가는 상처받고 남한 사회 전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쉬운 희화화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다행히 최근에 북한 사회와 주민을 이해해볼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오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서울에서 기획전 ‘통·일·공·감’을 진행한다. 기획전에서는 앞서 소개한 ‘우리 집 이야기’ 외에도 북한 일본 합작영화 ‘새’, 외국인의 시각으로 북한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평양 유랑’, ‘헬로우 평양’과 남한에서의 북한 주민의 삶을 그린 ‘은서’, ‘대리시험’ 등 단편영화 다수가 소개된다. 7일에는 ‘헬로우 평양’의 그레고르 뮐러와 앤 르왈드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성 있게 북한 영화를 감상해보고 사람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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