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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근친들의 나라에 온 앨리스
  • 윤보영 북한학과 교수
  • 승인 2019.12.02
  • 호수 1612
  • 댓글 0
▲윤보영 북한학과 교수

동국대학교에서 북한을 공부한 지 21년이 되었다. 학부 시절에는 가슴으로 통일을 여는 스무 살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고, 지금도 남한과 북한의 더불어 사는 미래를 희망하며 공부한다. 2019년에는 북한 이탈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한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사회에 긴밀하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사회의 관습을 지키고, 기대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우리가 보편적인 준칙으로 생각하는 적절한 관습과 태도가 사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북한의 규범이, 남한에는 남한의 규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경험하는 남한의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땐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의 신기한 모험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는 두 그룹의 북한 이탈 주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남한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남한에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한은 어떠했을까?


이들이 경험한 남한의 직장문화는 상사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야근해야 하고, 노동에 투여되는 시간과 노동의 강도가 각오했던 것보다 무척 강했다. 노동의 강도가 셀수록 대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일할 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거나, 하기 힘든 일은 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때 남한의 직장 상사 혹은 동료들은 가르쳐주거나 노동의 양을 조절해주기보다는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서 남한 사회에 대해 배우라고 조언한다. 북한에서 직장생활을 했을 때는 할 말이 있으면 했는데, 남한의 직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항의를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리고 직장 안에서 동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동료라는 관계 안으로 진입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체념한 사람도 있다. 동료와의 관계 맺기에 성공했든 하지 못했든 그 과정은 너무나 외롭다.


초등학교 자녀에게 학부모로 역할 하는 것도 북한에서 경험했던 그것과 다르다. 북한에서 교육의 책임은 교사에게 있었는데 남한에서 교육의 책임은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 의아하다. ‘교육열’이라는 단어를 공부하기에 좋은 여건이 구비돼 있다는 의미로 인식했던 북한 이탈 주민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학부모의 노력이 매우 열정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된 이후에 당황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남한사람에게 자녀가 소중하듯, 북한 이탈 주민에게도 자녀는 똑같이 소중하다. 북한 이탈 주민은 남한 학부모를 관찰하며 ‘교육열’을 배운다. 그리고 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에 진입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교육열’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비용이 들어간다. 교육열에 동참했든 포기했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든다. 도대체 왜 이렇게 경쟁을 해야 하는가?


이들의 시선에 남한사람은 상냥하게 말한다. 그러나 관계 맺기는 힘들다. 그리고 모두가 이상할만큼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북한 이탈 주민만 남한 사회에 섞여들지 못하고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고립돼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남한사람을 관찰하면 남한에서 태어났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먹고 살만큼은 돼도 지나칠 만큼 경쟁을 한다. 그리고 경쟁에 몰두하는 모두가 외로운 것 같다. 북한 이탈 주민은 남한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 이탈 주민과의 이야기에서 낯설게 바라본 남한사람은 무척 외롭게 보인다. 장난꾸러기로 보였던 어린 유명인의 부고도,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나쁜 말들도 생각해보면 모두가 참 외롭다. 몸은 가까이 있지만, 마음은 멀리 있었던 근친에게 안부를 전하면 어떨까?

 

윤보영 북한학과 교수  dgupres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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