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교육학과 교수

‘사랑의 기술’을 저술한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Eric Fromm에 따르면, 사랑이란 인간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본래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합일을 이루었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낙원의 상태였다. 그러나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점차 자연과 분리되면서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게 됐다. 그런데 자연과의 분리는 인간에게 있어 견디기 어려운 불안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인간은 이러한 불안과 외로움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당면한다. 물론 술이나 도박, 이성과의 성적 쾌락을 추구하며 도취된 상태에서 자연과의 분리로 인해 제기되는 불안한 상태를 달랠 수도 있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불완전한 해소일 뿐이었다. 이에 Eric Fromm은 인간이 찾게 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 즉, 인간과의 융합 바로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대학생 시기의 이성교제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그동안 절제해왔던 이성 및 낭만적 사랑에 대한 열망이 대학진학 후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을 나누는 이성관계는 매우 복잡 미묘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이성교제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당연히 사랑은 연인관계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별하게 되는 대부분의 연인은 사랑이 전부 사라져서 관계가 와해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음에도 왜 이별을 할까? 그 이유는 ‘융화’로 설명할 수 있다. 융화란, 서로 갈등 없이 화목하게 남아 있는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개념으로 연인관계에서의 융화란, 때로는 갈등이 제기될 수 있지만, 서로 간의 수용과 인정이 가능해서 결국 타협점을 찾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연애는 일종의 내로남불이다. 따라서 나의 짝을 탐색할 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과 현재의 시점에서 서로 수용할 수 있는가이다. 고 김광석의 노래 중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이란 노래가 있다. 만약 나와 융화할 수 없는 사람을 사귀면서 상대가 변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와 진정한 사랑이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랑에 관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그 관계에 머무르게 된다면, 김광석의 노래처럼 그것은 너무 아픈 사랑이 될 것이고 결국 사랑이 아니었다고 부정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사랑의 강도와 무관하게 내가 변할 수 없는 것처럼 상대도 변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갈등이 유발되고, 그 관계를 통해 나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나와는 융화할 수 없는 즉,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관계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번번이 상처만 남게 되는 불행한 연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가 깊게 발전되기 전에 나와 융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위 연애를 좋은 공부라고 한다. 연애를 통해 나를 보다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일단은 나를 탐색하고 나와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깊은 공감을 나누며 그러한 과정 속에 드러나는 나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반성하며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마침내 나는 성숙된 연애를 통해 진정 나와 최적의 융화를 이룰 수 있는 나만의 바로 ‘그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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