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곱게 물들고 날이 쌀쌀해져 가는 가을이다.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학교에서 공부만 하기에는 아깝고 가까운 곳이라도 놀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땐 가까운 거리의 휴식공간인 청계천을 찾아보자. 이번 기행에서는 우리학교에서 청계천까지 가는 방법과, 청계천의 시작지점인 청계광장부터 과거 고가도로가 있던 상징물까지 청계천의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단풍이 물든 청계천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유현동 기자.)

청계천은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이며, 우리 학교와도 가깝다 . 도심 속 빌딩 사이로 흐르는 하천과 여러 종류의 나무들, 다양한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청계천은 서울시민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으로 꼽힌다. 하지만 청계천이 예전부터 휴식공간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과연 청계천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고, 지금의 청계천으로 변화한 계기는 무엇일까?


청계천의 원래 이름은 개천(開川)이었다. 서울이 조선의 도읍지가 된 이후로 하천을 보수하면서 개천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중 백운동 계곡의 물줄기를 청풍계천(淸風溪川)이라고 부른 것이 청계천 이름의 유래다. 청계천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도시계획인 ‘대경성계획’의 일환으로 복개 계획이 있었으나 구상 단계에서 중단됐고, 이후 한국전쟁을 지나며 대표적인 슬럼 지역으로 변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계천이 흐르는 위를 콘크리트로 덮는 청계천 복개 사업이 1970년대 후반까지 진행됐고, 복개된 이후에 청계 고가도로가 건설됐다. 복개 과정에서 청계천 주변의 판잣집들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주택과 상점가들이 들어섰다. 청계 고가도로는 당시 교통 흐름을 빠르게 하는 데 일조하여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으나, 1990년대 이후 자가용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도로가 낡아져 노후화 문제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청계고가 철거를 주장하는 여론이 발생했고, 환경단체들도 청계천의 복개를 제거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2003년 서울시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이 진행됐고 고가를 철거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청계광장의 쏟아지는 물줄기.(사진=유현동 기자.)

이렇게 변화한 청계천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 주변의 3호선 충무로역 또는 동대입구역에서 상행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후 5호선 방화행으로 환승해 광화문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곳의 5번 출구로 나오면 청계천의 시작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청계광장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알록달록한 색의 공공미술품 ‘스프링’이 우리를 반긴다. ‘스프링’ 뒤편이 바로 청계광장이다. 청계광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청계천에 들어서면, 쏟아지는 물줄기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11월의 청계천은,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서울빛초롱축제’라는 이름의 축제가 개최되는데, 매년 다른 콘셉트로 형형색색의 빛을 띠는 장식물들이 전시돼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서울빛초롱축제의 전시물 중 하나.(사진=유현동 기자.)

청계광장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를 따라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장통교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에서 가장 긴 벽화인 ‘정조대왕능행반차도’를 볼 수 있다.
 길이 186m, 높이 2.4m를 자랑하는 이 벽화는 조선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가 중심이 돼 18세기 당시의 왕을 모신 행차의 구성과 규모, 격식과 복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그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직접 보면 작은 타일 속에 섬세하게 그린 그림들이 마치 눈앞에서 행렬이 지나가는 웅장한 느낌을 준다. 

▲웅장한 규모의 정조대왕능행반차도.(사진=유현동 기자.)

반차도를 지나 걷다 보면 수표교, 세운교, 새벽다리 등 여러 다리를 지나게 된다. 청계천의 묘미는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많은 다리도 있지만, 잘 보존된 자연 또한 그중 하나다. 또한 길을 걷다 문득 벽면을 보면 덩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가을철에는 덩굴에 단풍이 들어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이에 더해 깨끗한 물속을 헤엄치는 각종 물고기와 잠시 쉬어가는 새들을 보면 바쁜 생활 속 잊고 있던 여유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청계천의 돌담에서 자란 덩굴에 단풍이 든 모습.(사진=유현동 기자.)


청계천의 아름다움에 취해 중류까지 내려와 다산교 앞을 지나면, 넓적한 돌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청계천이 과거 빨래터로 사용됐던 것을 증명하는 흔적이다. 큰비가 와서 맑은 물이 흐를 때면 청계천은 빨래터 및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서울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묵혀두었던 빨랫감과 빨래를 삶을 가마솥을 들고 개울가로 와 넓적한 돌을 찾아 빨래판을 마련하고 그 위에 빨래를 얹고 힘차게 문지르거나 방망이로 내리치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청계천 빨래터의 넓적한 돌들.(사진=유현동 기자.)

빨래터를 지나 하류로 내려오면, 고가도로를 지지하던 거대한 기둥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 이유는 고가도로가 있었다는 증거이자 상징물로 남겨두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둥을 지나면, 판잣집 체험관이 눈에 띈다. 이곳은 청계천 복원 전이였던 1960~70년의 판잣집을 재현하여 당시 서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과거 청계천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과거에 청계 고가도로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상징물.(사진=유현동 기자.)

또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청계천의 모습은, 갈대와 어우러져 상류와는 다른 잔잔한 매력을 풍긴다. 다만 청계천의 전체 길이는 매우 길고, 모든 코스를 다 걷기에는 다소 지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걷다가 잠시 강변의 돌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다리를 통해 언제든 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부담된다면 짧고 가볍게 즐길 수도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 그리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도심 속의 잔잔한 하천인 청계천을 따라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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