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보리수 아래' 대표 및 시인

보리수아래 정기 모임에서 불교경전에 장애인 차별 언어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눈에 거슬리는 단어가 있음에도 이 질문에 답을 금방 못했다.  비장애 불자 중에서도 이같은 의문을 가져본 이가 있을 것이다. 작년 장애인의 날 즈음에 서울에서 무심코 쓰는 차별적 행정용어를 고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생각났다. 언어가 사람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치 못한 용어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 했다. 한 사회의 성숙도와 문화수준을 말하는 것이 언어의 표현이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여러 환경이 변하며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적 단어도 많이 줄었다. 그렇다면 불교경전 속 용어는 어떤지 궁금해진다.


불교경전을 읽다보면 사회의 변화에 둔감해 보이기도 하고 위로가 되고 타인의  고통을 감싸줘야 할 경전이 편견과 차별적 언어가 그대로 있어 상처를 주거나 개종하는 일도 종종 있다. 내 자신도 가슴이 아프고 상심하게 된다. 법화경을 비롯한 한글불교경전 곳곳에 ‘벙어리’, ‘말더듬이’, ‘귀머거리’, ‘불구자’, ‘미치광이’, ‘꼽추’, ‘문둥이’ 등 단어가 많다. 경전을 읽다 이런 단어가 나올 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읽고 넘기기 힘들 때도 있다.


경전을 번역할 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인 부분이 나오면 의역이나 역주를 통해 원래 뜻을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차별적 요소가 담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거부감을 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금강경 정심행선분에 보면 是法平等 無有高下(시법평등 무유고하) - “불법은 평등해서 높고 낮음이 없다”고 했다.


부처님 제자 중에도 시각장애인 아나율을 비롯해 지적장애인 주리반특, 척추장애인 웃다라 등이 있다. 이 장애인들은 참된 불자로서 최고의 수행 경지에 올랐거나 큰 공덕을 쌓았다.


사람들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위없는 진리를 깨치지 못했기에 정신적으로 숱한 애착과 번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 범부중생 모두가 장애인일지도 모르겠다. 부처님이 세상을 굽어 살피신 것은 잘 살든 못 살든,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전생에 무슨 업이 있든 없든 누구라도 세상에 존귀한 존재로 태어났으니 행복할 수 있음을 일러주기 위함이셨을 것이다.


변하는 사회에서 경전 언어도 변화에 눈높이를 맞추는 표현이어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장애인들의 불교 접근권을 쉽게 해주고 진장한 불자가 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경전을 변역하고 출판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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