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빈 (경행 18)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결심했던 것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용기를 내 보는 것. ‘청춘’이니까.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평생 안 하던 것을 갑자기 잘할 수는 없었다. 다짐과는 달리 용기를 내지 못했고, 주춤대기 일쑤였다. 그나마 시작했던 일도 망설이다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그렇게 1학년 1학기는 끝났다.


여름방학, 친구와 술을 마시다 같이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바로 우리는 특가세일을 하던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확인한 결제내역은 내 숙취를 날아가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을 바라보다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칭다오 도착과 함께 고비가 찾아왔다.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과,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온갖 방법으로 버스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움을 받아 티켓 창구를 찾은 우리는 그곳에서 또 한 번 불통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에서 숨을 돌리던 우리는 이내 정차하는 곳이 여러 군데라는 것을 깨닫고 내리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긴장 끝에 내린 우리는 힘이 다 빠져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고, 우리는 정신이 슬슬 돌아옴과 동시에 실실 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진짜로 중국에 왔다는 게 그제야 실감이 났기 때문이었고,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감격스러운 나의 ‘첫’ 청춘의 결과이자 이 여행의 첫 고비였다.


청춘의 두 번째 고비는 기차표였다. 자신감이 가득했던 우리는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창구로 갔다. 그렇게 외국인 2명은 기차표 창구 직원에게 ‘11 시안 두 개’를 외쳤고, 직원은 우리에게 기차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기차표를 잘못 끊은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마냥 신난 우리는 기차를 타러 달려갔고, 검표소에서 기차표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기차표를 끊어도 제시간에 타기는 힘들다. 판단이 섰고, 우리는 기차역을 나왔다. 시간표를 확인한 우리는 오늘 기차가 없다는 사실에 급히 숙소를 찾기 시작했지만 결국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새우게 되었다. 1시를 지나자 점점 죽어가는 핸드폰과 친구에 나라도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시를 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놀라 옆을 보니 한 여자가 웃으며 말을 건넸고, 대충 같이 밤을 새우자는 이야기 같았다. 그렇게 갑자기 8명이 된 우리는 조금씩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고, 조금 지나자 농담도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 다음날 기차를 타고 나는 생각했다. 처음엔 너무 초조했다. 이게 청춘이라며 너스레는 떨었지만 꺼져가는 핸드폰을 보던 느낌, 역시 나는 안되는 건가? 그리고 우울해지는 생각을 뚫고 들어온 도움. 지금껏 하고 싶었던 일들을 왜 망설였는지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었다. 내가 만든 일에 실패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큰 걱정을 했고, 도망쳤었다. 그런데 노숙이라는 인생에서 나름 큰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실패가 무섭지 않았다. 나는 바로 메모장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럼 그때부터 하고 싶은 일들은 다 잘 해냈어?”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모든 일에 후회는 없다. 성공도, 실패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행복하고 숨통이 트인다. 물론 실패는 쓰고 이따금 “와 이거 힘든데?”라며 투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힘들다고, 내가 미쳤다고 말하는 표정에서도 빤히 보인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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