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19), (출처 : yes24)

고용노동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57명이며, 이는 노동자 1만 명 중 1.05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상대적 수치로 보았을 때는 적어 보이지만, 1년에 2천 명 가까운 사람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수치가 담아내지 못한 사고 피해자도 존재한다. 사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노동자는 산업재해로 쉽게 인정받지 못해 그 유족들이 회사 측과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

지난 6월 출간된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그 알지 못하는, 쉽게 잊어버리는 그늘진 곳을 응시한다. 특히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피해자들에게 집중했다. 그들은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부족해 열악한 환경에서조차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계층이다. 가장 취약하고 낮은 위치에 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매년 약 2,000명씩 발생하는 산재 사망자들 모두를 다룰 수 없는 작가의 윤리적 최선일 것이다.

이 책이 쓰인 계기이자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는 피해자는 2014년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택한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이다. 그의 3주기가 갓 지난 2017년 봄, 대중들은 대부분 김동준 군을 잊었지만, 은유 작가는 그의 어머니 강석경 씨에게 긴 편지를 보냈다. 아직도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유일한 사람에게 마음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일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는 김동준 군으로부터 시작해 그와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들로까지 이어져 나갔다. 제주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이민호 군, 통신업체 고객서비스센터에서 현장실습 중 자살로 숨진 홍수연 양, 특성화고를 졸업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김 모 군, 특성화고 출신은 아니지만, 산업 현장에서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와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 속에서 자살을 택한 tvN PD 이한빛 씨까지 이 책의 시선이 가닿는다.

이렇게 예민한 문제를 담아내는 은유 작가의 문장들은 섬세하고 유려하다. 그 안에는 여느 문학 작품들이 품고 있는 짙은 감정적 호소력을 지녔다. 또한, 적확하게 등장하는 인용은 책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의 근력을 보충한다. 지적이면서도 노동자들의 아픔을 들여다볼 줄 아는 신중함과 따뜻함의 공존은 은유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여상 출신’이라는 학력이 이 책을 쓰는 데는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뀐 상업고등학교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지, 작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쉽게 거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침착하게 면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했을까. 그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 주변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기 원했을 것이다. 우리가 구매해 마시는 생수 제조 공장에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맛있는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들의 죽음이 우리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고개 돌리면 가라앉아 버리는 그 무거운 죽음에 대한 꾸준한 시선, 피해자들과 우리 자신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상상력, 그리고 자본주의의 폭력적 행태를 보며 함께 분노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연대의식은 이 책이 이루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성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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