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관계에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지소미아가 애초 미국의 요구에 따라 체결된 협정이기 때문이다. 그 배경을 알려면 먼저 미국의 MD(Missile Defenseㆍ미사일 방어체제)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의미하는 MD는 방어용 무기지만 가장 무서운 공격용 무기다. 상대의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갖고 있다면 자신의 창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MD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시절 소련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주요 대상이다. 특히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동북아 MD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지소미아가 동북아 MD 구축의 필수적 요소라는 점이다. 한미일 간에 북한의 미사일 정보 공유(미국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긴밀히 이뤄져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미국이 종전의 한미, 미일 간 군사협정에 지소미아를 연결해 3자 군사정보 공유가 가능토록 한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몰래 체결하려 했다 물의를 빚고,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인 것이 저간의 과정이다.

사실 지소미아는 물론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정보 자체만으로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북한 군사정보는 대부분 한국 측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며, 지금까지 공유된 정보도 거의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일본이 지소미아에 매달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군사대국화의 발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동북아 MD 추진에 편승해 집단적 자위권과 해공군력 강화를 꾀하려는 게 본심이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을 향한 한일간 분쟁 중재 압박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에는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결정을 되돌릴 의사가 있다는 것도 밝혔다. 무엇보다 미국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 한미동맹의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소미아 종료가 발효되는 11월 말까지 남은 두 달여의 한미일 논의 결과가 변수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한일 무역분쟁과 관계없이 MD 문제는 두고두고 한국에 부담을 안긴다는 사실이다. 아직 갈등 중인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그렇고, 지난달 미국이 밝힌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추진 계획도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 미중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촉발된 군비경쟁이 지정학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에 최악이다. 국익에 기초한 국가안보전략의 재설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일보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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