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도시, 슈퍼 블록, 계획 도시 …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스마트 시티’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화된 첨단 시설로 가득찬 미래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스마트 시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스마트 시티의 우수 사례로 꼽히는 도시가 있다. 바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이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도시인 바르셀로나, 이곳이 스마트 시티의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자동차 없는 도시

현지에서 느낀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려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의 대표 사례로 도시 곳곳에 있는 ‘바이싱(Bicing)'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싱이란 바르셀로나의 공공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모습이 마치 서울의
‘따릉이’와 유사하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에서는 자동차 대신 이러한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자전거 대여소가 많다고 해서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많은 대여소에 더해,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기로 유명하다. 스마트시티의 심장부와도 같은 22@ 혁신지구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잘 드러나는데, 도로 중앙에는 트램이 달리고 양옆은 자전거 도로가 넓게 깔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차도 중앙에 놀이터가 있기도 한데, 위험해 보이는 우려와는 달리 달리는 차를 거의 볼 수 없어 생각보다 안전해 보였다. 22@ 혁신지구가 위치한 포블레노우에 거주하는 산드라 씨는 “위험하지 않아 아이들과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며 스마트시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밤에는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여 힘들다”며 아쉬운 점을 말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 ‘바이싱(Bicing)’. (사진=유현동 기자.)
▲22@지구에 위치한 차도 중앙의 놀이터. (사진=유현동 기자.)

‘슈퍼 블록’을 이용해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도시를 내려다보면 도시 전체가 블록과 같은 형태의 집합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원래 바르셀로나의 구역은 1859년까지만 해도 구 도심지를 둘러싼 성벽 내부였다. 그러나 도시 팽창으로 성벽을 무너뜨리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시가 지금의 모습처럼 블록 구조로 계획됐다. 이러한 블록 구조로 개편된 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바르셀로나와 주변 35개 지방정부들은 EU에서 제시한 대기질 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매년 3,500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꼽혔었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주로 자동차의 매연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시는 교통량을 당시의 21%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의 교통계획안으로 ‘슈퍼 블록’을 고안했다. 슈퍼 블록이란, 사각형의 테두리를 건물로 감싸고 중앙의 빈 공간을 정원으로 사용하는 블록을 가로 3개, 세로 3개씩 배치하여 묶은 것을 말한다. 슈퍼블록 외부의 도로는 누구나 자동차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지만, 슈퍼 블록의 내부는 거주민들만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하다. 슈퍼블록의 거주민이 아닐 경우는 자동차로 접근이 불가하며, 자전거나 도보를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슈퍼 블록 체계의 장점으로는 차량 도로가 줄어들고, 줄어든 만큼 보행자의 공간이 늘어 환경 오염이 감소한 것이 꼽힌다. 이러한 슈퍼 블록 체계의 결과로 도심지에서 45%에 불과했던 보행공간 비율이 74%로 증가하였다. 이에 더해 차량통행이 줄어든 것은 물론 소음도 평균 66.5데시벨에서 61데시벨로 감소했다. 게다가 산화질소가 42% 줄어들고 미세먼지도 38%나 감소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바르셀로나 ‘벙커(Bunkers del Carmel)’에서 내려다본 슈퍼 블록의 모습. (사진=유현동 기자.)

스마트시티와 4차 산업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스마트 시티가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적은 것만은 아니다. 바르셀로나 한인회의 이여진 씨는 스마트 시티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도시 혼자 스마트해지기보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또 거기에 맞춰 제도와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곳은 사람들을 최대한 걸어 다니게 하도록 서울과 비교했을 때 교통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 걸어가는 것의 소요 시간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라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라고 덧붙여 스마트시티가 발전함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렸다.
카탈루냐 공과대학에서 스마트시티와 인공위성을 연구하는 박혁 교수는 “4차 산업이 대단한 게 아니며, 그 누구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니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의지다.”며 한국의 20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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