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복무하던 작년 이맘때 쯤 밤늦게 경찰서 앞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름철만 되면 이런 사람들이 매번 나타난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억울하다고 울부짖다 지쳐서 돌아갔다. 그들의 외침은 소리가 컸지만, 힘이 없었다. 온 동네에 들리도록 소리쳐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나도 외면했다. 사납고 거친 말에 다가가기 어려웠다.


반면 어떤 사람들의 말은 속삭이는 소리에도 힘이 있다.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 수많은 사람이 메모하고 녹음한다. 언제든 말할 기회가 주어지고 심지어 먹는 음식, 쓰는 물건까지 보여줄 힘이 있다. 강자의 행동은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지만 약자의 행동은 눈에 띄어도 힘이 없다.
나는 그 약자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단순한 호기심인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분명했다. 기자가 되면 그 사연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역 후 바로 동대신문에 지원했다.


사람들이 기자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취재인 인터뷰부터 왜곡된 기사로 상처받은 사람을 만났다. 학교 후배인 우리에게 인터뷰를 흔쾌히 응해주었지만 원래 인터뷰하기 꺼린다고 했다. 인터뷰 기사 속 과장된 표현, 의미만 비슷한 만들어진 말들 때문이었다.


사실관계만 확인하면 올바른 기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뷰하면서 경험해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설프게 다가가면 오히려 상처를 준다는 점. 상처를 들추면 상처가 덧나듯이 아픔을 이야기한 사람의 말을 왜곡하면 그 아픔은 더 커진다.
기자는 듣고 전달한다. 나는 들을 각오는 있었지만 전달 방법은 몰랐다. 수습생활을 통해 그 방법을 배웠다. 이제 그 여름밤의 외침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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