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태국인 고등학생 모메네 집에 1박 2일의 초대를 받았다. 초대를 받고 아무런 생각 없이 들떠 있었다. 그러나 모메네 집에 도착했을 때 섣불리 들어갈 수 없었다. 벽은 시멘트가 아닌 나무 널빤지로 돼 있었고, 도마뱀이 기어 다니는 화장실에는 수도가 없었다. 애써 불편한 티를 안 내려 했지만 태국 전통 음식 솜땀을 먹고 인상을 찌푸렸다. 모메네 집에 있으면서 빨리 내일이 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어제의 내 생각을 부끄러워하게 됐다. 아침으로 나온 새우 죽을 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새우가 내 접시에만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순간 나를 챙겨주는 모메 가족의 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진심을 보지 못한 채, 그들의 생활을 판단한 내가 무척 오만했음을 깨달았다. 그 일 이후에 솜땀은 태국에서 내가 제일 잘 먹는 음식이 됐다.


나에게 동대신문은 솜땀과 같다. 처음에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는 늦게 끝나는 신문사 일도, 새로 맺는 관계도 너무 낯설었다. 업무와 대인관계 어디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볼 때마다 신문사에 들어온 내 선택을 의심했다. 그러나 같이 기사를 쓰는 기자들과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다른 기자들과 마음으로 친해졌고 서로 의지하게 됐다. 그 이후에 부담스럽게만 보이던 신문사 일은 함께하는 일들이 됐고 더 이상 스스로를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제 정기자가 된다. 아직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나를 보면 걱정이 크다. 그러나 앞으로 배울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가지려고 한다. 어려운 일들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면 힘든 일들이 어려움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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