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9년이 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공청회에서 나온 막말 파문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5.18이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찢어놓는 것은 5.18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 있다. 전두환 군부는 당시 ‘광주’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지금은 민주화가 이뤄지고 SNS가 있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고립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전두환 정권은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 광주의 실상 전파와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막았다. 따라서 광주에서 일어나는 진실은 외부에서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오로지 계엄군의 일방적 발표만 있었다. 가까스로 광주를 탈출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광주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지긴 했어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전두환 군부에 짓눌린 언론들은 계엄군의 발표자료를 그대로 지면에 옮기는데 급급했다. 무장 폭도, 간첩, 난동자, 방화, 무기고 습격, 총기 탈취, 약탈 등... 계엄군이 발표한 이런 섬뜩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들어차면서 지금의 망언, 막말의 씨가 됐다. 5.18을 직접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5.18 폭동’ ‘광주사태’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당시 총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특정 언론만 콕 찍어 왜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의 살벌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을 퍼부을 것인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저런 망발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은 5.18이라는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나마 보수진영에도 권영진 대구시장 같은 심지가 굳은 정치인이 있어 다행이다. 권 시장은 5.18 망언에 대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공개 사과하면서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시장으로서 양심에 따른 사과임을 분명히 했다. 권 시장의 공개사과 후 같은 릴레이 사과가 없어 아쉽긴 하나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 5.18 허위왜곡 보도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독일이 우리보다 못해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왜곡·찬양·미화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았을 거다.
5.18에 대한 혐오표현은 정치인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우산 속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막말을 저지할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다. 그 브레이크로 미완의 5.18을 비로소 완성시켜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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