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한국일보는 “서울 4년제 대학 4곳 중 1곳에 총학생회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본문은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학생 사회 퇴조의 원인을 짚었다. 가장 큰 원인은 ‘먹고살기 바빠서’였다.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대학 취업률은 작년대비 0.9%p 감소한 67.3%였다.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 11곳의 취업률도 모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사회를 위해 연대하자”는 말에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연대의 결과가 미진했던 점도 문제다. 작년 4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민주적 총장직선제와 이사회 구조개편을 위한 TF팀을 발족했다. 이후 몇 달간 ‘DOTE(Dongguk Vote)’를 운영했고 이를 총학생회가 이어받아 활동을 이어갔다. 총학생회는 4자협의체에 일원으로 학생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4자협의체는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사과했지만 학생들의 요구는 사라진 뒤였다.


학생사회 내부의 갈등도 크다. 우리대학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속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와 혐오는 이제 익숙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물이 10개 이상의 공감을 받아야 들어가는 ‘HOT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작년에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총여학생회가 학생투표에 의해 폐지됐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학생들은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학생 기구가 더욱 파편화됐다.


학생 기구가 조각나면 학생의 목소리를 모으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학생이 개인화되고 학생 기구가 파편화되면 학생의 요구는 개개인의 요구로 변해버린다. 결국 학생의 요구가 개인의 불만 따위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학생 집단이 아닌 학생 개인의 요구를 학교가 과하게 수렴하기도 곤란하다. ‘먹고살기 바빠도’ 학생이 힘을 모으자고 부탁할 수 있는 대상은 결국 학생이다.


학생의 목소리는 다양한 문제에 당연히, 여전히 효과가 있다. 최근 우리대학은 생리공결을 유고결석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총학생회가 설문조사 등의 결과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생리공결을 요구한 덕분이다. 학생 개인의 목소리를 모아 학교에 전달하는 기구에 힘이 실려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가 아무리 ‘먹고살기 바빠도’ 학교는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학생의 기관이다. 학생이 모여야 학교가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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