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019.4.15 19:38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여론/칼럼 보리수
불교의 가르침과 실연
  •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4.15
  • 호수 1605
  • 댓글 0

▲서명원 교수

석가세존의 가르침은 고집멸도인 사성제, 즉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로 만날 수 있다. 늘 느끼듯 ‘삶은 고통바다’지만, ‘고통의 원인이 집착’이며, ‘집착은 근절될 수’ 있고, ‘집착을 끊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팔정도, 즉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에 있다. 이 가르침의 핵심을 한마디로 줄이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려면 모든 집착을 끊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약관의 필자가 여자 친구에게 집착하다가 스스로를 생지옥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를 이 지면을 빌려 솔직하게 나누려 한다.


아아아! 죽고 싶었다. 내가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동안 ‘나만의 당신’이 바람을 폈다니! 그토록 사랑스런 여자 친구, 좋은 집안 출신의 착한 여자가 그럴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10개월간 의대 공부를 하면서 ‘나만의 당신’만을 내 두 팔을 벌려 가슴에 안을 날만 학수고대했는데…. 여자들을 만나더라도 외도하지 않았던 내가 가졌던 굳건한 믿음 - 당신도 이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이 크나큰 착각이었다니….


당신의 편지에서 F라는 남자가 언급될 때마다 이상한 느낌을 받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바보 같은 당신이 그와 바람을 편다는 사실까지 깨닫지는 못 했다. 그런데도 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는 없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모두 잘 치를 수 없어서 합격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다. 의대를 포기하거나 1학년을 재수하거나 해야 했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받은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바람을 폈던 당신이 캐나다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의과대학에 수월하게 입학하게 되었다니. 억울했다.


캐나다에 귀국하던 날, 당신으로부터 철학을 가르치는 F라는 교사와 사귄다는 고백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3개월간 생지옥에 빠진 양 살았다. 당신에게 받은 사진과 편지를 모두 찢어서 불살랐다. 그러나 여전히 자나 깨나 당신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지가 절단되는 것 같았다. 다른 여자와 사귀려 해도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집에 전화가 울리거나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당신일까 싶었다.


그토록 고집했던 ‘당신’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끊기기까지, 5년 걸렸다. 의대에서 수학하며 팔정도의 정신대로 살았다. 집착에서 놓이던 순간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의대를 졸업한 당신이 약을 복용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신이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당신 덕에 배운 바가 크기에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당신도 사후 세계에 들어가 온갖 집착이 끊겨 고통바다로부터 벗어난 피안에 도착하여 진정 평화롭고 행복한 길을 찾길 간절하게 빌 뿐이다.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2005.3~2019 재직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