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푸름 조선일보 교육섹션 기자

“도대체 인사 검증을 어떻게 했기에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최근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경력이 있어 지명이 철회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를 두고 여당 의원실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과학계 연구 부정 행위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로 치명적인 흠을 지닌 인물이 지명된 탓에 파장은 더욱 컸다.
2기 내각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자, 청와대는 뒤늦게 보완책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제시한 7대 인사검증 기준과 별도로 각 부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장관 후보자 검증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것.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수장 후보를 대상으로 현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의 투기성 주택 취득 여부를 파악하고, 국방부·외교부·통일부는 병역기피,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부정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경우, 위장전입도 집중 검증 항목에 포함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인사 검증 시스템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에서 직무와 관련된 도덕성을 집중 검증한다 한들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에서 초기 인사 검증에 실패할 경우, 현 시스템에선 임명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인사 검증으로 이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청문보고서의 미약한 법적 효력은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역대 정부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해왔다. 이번 정부에서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0명에 달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사 검증 시스템 혁신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청와대의 인사추천과 검증 업무 담당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 없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도덕성 분야를 나눠 실시해야 한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청문회가 진행돼 정작 중요한 흠을 가려내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에서다. 마지막으로, 청문보고서의 법적 효력을 강화해 권력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장관급 이상 인사는 일정 수 이상의 국회 동의를 얻어야 임명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야당은 지난해 10월 부총리 임명 시 국회 동의를 반드시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을 발의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인준청문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 도입된 청문회 제도는 올해 햇수로 20년을 맞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 ‘고양이한테 생선창고를 맡기는 식’의 위험을 떠안을 것인가. 이제는 인사 검증의 그물망을 촘촘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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