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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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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오늘 저녁은?
▲김서연(국문문창18)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 날이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이었기에 너무 설렌 나머지 전날 밤새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고, 눈을 뜨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 두툼한 맛살이 담긴 엄마표 김밥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운동회는 정말 즐거웠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회사 일로 바빴던 아빠가 계주 경기를 직접 보러 오시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 뾰로통하게 퇴근하시는 아빠를 기다렸는데, 글쎄 아빠가 ‘딸, 운동회 재밌었어?’라며 가장 좋아하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 오신 게 아닌가! 속상한 마음은 눈 녹듯이 풀렸고 아빠와 운동회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유독 그날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정말 조그맣지만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다. 필자의 어릴 적 경험처럼 일상 속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얻는 등의 큰 목표를 이룰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완성되었다고 간주하고는 한다. 물론 큰 목표를 이루는 것 또한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만 때로는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칠 때도 많고, 달성하지 못한 경우 실패했다는 생각에 불행을 느끼기도 쉽다. 부와 명예를 얻어 단숨에 큰 행복을 얻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일상은 어떨까? 드라마처럼 매일이 새롭거나 극적인 변화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동일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단조로움을 느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지치지 않을 즐거움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보면 하루키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마주할 때,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 등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다시 말해 ‘소확행’을 느낀다고 담겨있다. 그의 이야기처럼 행복과 행복한 삶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꽤나 소소한 것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작은 행복은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기에 일상에서 ‘소확행’을 찾아 행복과 가까워져 보자.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듯 ‘소확행’도 정해진 기준은 없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느낄 수도 있고, 길에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건넸을 때 상대가 짓는 함박웃음을 보며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행복이 당신에겐 없는 것 같다고 슬퍼말고 당신만의 작은 행복을 찾아보자. 행복은 크고 거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당신도 충분히 행복을 찾아 일상을 즐겁게 보낼 자격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 소포클레스의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의 오늘은 매우 값진 순간이지 않은가! ‘소확행’을 찾아 우리의 삶에 의미를 더 부여한다면 완벽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오늘 저녁에 치킨이라도 한 마리 시켜 먹어보는 건 어떨까?

김서연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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