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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
  • 권세은·정서윤 기자
  • 승인 2019.03.25
  • 호수 1604
  • 댓글 0
▲독기창출의 출판물 <DUCK, WHO?> 표지(왼쪽)과 강세영 작가의 <이십팔 독립선언> 표지(오른쪽).

자유로운 형식을 자랑하는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이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오직 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공감과 재미를 나누는 과정이 독립출판물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또한 대형서점과 달리 아기자기한 매력을 뽐내는 독립서점은 손님을 끌어당기고 있다.

 

독립출판이라는 돌풍

최근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독립출판물이 서점계를 점령하며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독립출판은 ‘자가출판(self publishing)’을 비롯해 기성 출판사와는 다른 방식, 다른 시각으로 책을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들을 아우르는 비주류 출판문화를 뜻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뿐만 아니라 잡지, 팸플릿, 사진첩, 비평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출판물을 다룬다. 독립출판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책 수리 방법을 소개하고, 연필깎이에 몰두하는 등 기성 출판사가 펴내기 힘든 새롭고 독특한 주제의 책이 많다. 또한 영수증으로 만든 만화책, 손으로 엮은 책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렇듯 많은 독립출판물은 새로운 플랫폼, 장르,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출판 시장을 재건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정준민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출판 시장이 일부 잘 팔리는 콘텐츠만을 선호하면서 출판 시장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소비자들을 다른 매체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시장의 질서가 바뀌고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변화하는 가운데 독립출판은 이에 맞춰 출판의 본질과 특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출판은 출판 시장의 새로운 활로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책을 출간해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는 것이 우선인 사람들이 이윤 창출을 중요시하는 기성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독립출판은 ‘나’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책을 낼 수 있게 한다. 우리대학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출판소모임 ‘독기창출’의 소모임장 김아연(국문문창17) 씨는 독립출판물에 대해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기성출판물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전했다.

 

독립출판물, 어떻게 만들어질까?

독립출판물은 기성출판물과 달리 거의 모든 과정을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은 기획하기, 원고작성, 편집 및 디자인, 교정과 교열, 인쇄와 제본, 유통 순의 과정을 거쳐 출판된다.

책의 방향을 잡기 위한 ‘기획하기’ 단계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계다. 김아연 씨는 “회의를 통해 각자 주제를 발표한 뒤 투표로 기획안을 채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작품집, 잡지형식, 시집 등과 같이 주제에 맞는 책의 형태도 정한다”라고 덧붙였다. 주제가 확정된 후 저자는 원고를 작성한다. 하지만 자신이 작성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원고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김 씨는 “소모임원으로부터 원고를 받을 때도 있지만 원고 모집 공고를 통해 외부 원고를 수집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독립출판인만큼 표지와 세부적인 디자인은 개성이 넘친다. 출판하고자 하는 서적을 편집할 때는 포토샵, PDF, 또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특히 인디자인 프로그램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배열하고 편집하는 등 출판에 최적화돼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 씨는 “인디자인을 이용해 각자 원고 디자인을 하고 목차, 작가의 말, 내부 표지를 편집한다”라고 설명했다.

편집이 모두 끝나면 인쇄와 제본을 시작한다. 이때 인쇄소를 정하고 견적을 문의하며 책을 제본하는 단계를 거친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책과 함께 스티커와 엽서 같은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통을 시작한다. 판매처를 구한 뒤 책을 포장하고 배송한다. 김 씨는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구매 예약을 받고 판매를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독립출판물을 내고 싶어도 선뜻 혼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을 알려주는 독립출판 워크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십팔 독립선언> 저자인 강세영 작가는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네 번에 걸쳐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을 수강했다”고 전했다.

 

독립서점만의 차별성

독립출판물이 두각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러한 서적들을 파는 독립서점도 늘어나고 있다. 독립서점 앱 운영업체인 퍼니플랜의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독립서점은 362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257곳에 비해 약 29% 증가한 수치로 일반서점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급격한 증가 폭을 보였다. 이러한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과 같이 개성 있고 독특한 색을 가진 콘셉트를 유지한다. 때론 간판이 없기도 하고, 정감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로 손님들을 이끈다. 또한 예술, 여행, 디자인, 역사, 사회과학 등 전문 분야 서적을 중점 취급하는 독립서점도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기호와 취미, 나아가 전문성을 담는 출판물을 선별하는 것이 새로운 콘텐츠의 시장을 만든다”며 독립서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독립서점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위치한 대형서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형서점은 인터넷 쇼핑몰과 공동 운영을 하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베스트셀러를 모아두는 코너를 마련하거나 책 진열을 판매량 순서로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독립서점은 기존 대형서점의 상업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창의적 시도를 한다. 작가를 초청하여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책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토론을 하기도 한다. 또 아이들을 위한 독립서점이 존재하기도 하며, 상담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정 교수는 “독립서점은 독자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대형서점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독립서점의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대형서점에서 접하지 못한 책을 발굴하거나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도 한다.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렇듯 출판계와 독서 시장에서는 독립출판과 다양한 독립서점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이들이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발전 방향성을 논해봐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어쩌면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을 낭만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출판 생태계의 현실을 더 파악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독립출판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개척했다면 앞으로 필요한 일은 그 시장을 확대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독립출판이 아닌 새로운 질서에 따른 새로운 독립출판 기획과 마케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치기 어린 실험이 아닌 시장을 읽고 ‘글쓰기’, ‘말하기’의 소통문화를 구축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아직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대형서점 시장이 더 익숙하다. 책을 더 싼 비용으로 구입하고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교수는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고 문화를 만들어 간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상품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이제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에 그는 “쓰기와 읽기 프로세스를 통해 독자와 작가의 간극을 줄이고 독자가 작가가 되고 작가가 독자가 됨으로써 수요를 확대하고 다양성을 넓혀 독서 시장을 키울 수는 있다”며 “출판물에서 파생되는 2차, 3차 저작물(영화, 캐릭터, 관광 등)을 통한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독립서점이 음료나 디저트를 팔며 수익을 마련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독서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고 독립서점이 주는 분위기와 감성만을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독립출판계뿐만 아니라 독서 시장 자체의 발전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권세은·정서윤 기자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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