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옛날 어리석은 부자가 살았는데 다른 부잣집에 갔다가 삼층으로 된 높고 화려한 누각을 보고서 몹시 탐이 났다. 그래서 자기도 재산이 많은데 지금까지 이런 누각을 지을 생각을 못 했을까 안타까워하고 즉시 목수를 불러 저런 누각을 지을 수 있는지 물었다.
목수가 ‘저 집은 내가 지었다’고 하자 부자는 ‘내게도 저런 누각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목수가 땅을 측량하고 기초를 다지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으나, 어리석은 부자는 ‘목수가 왜 내가 부탁한 삼층 누각을 짓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는지?’ 의아해서 목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목수가 ‘지금 삼층 누각을 짓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부자는 ‘아래 두 층은 필요 없으니 맨 위의 삼층 누각만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목수가 ‘1층을 지어야 2층을 올리고, 2층을 지어야 3층을 지어 올릴 수 있다’고 알아들을 수 있게 차근차근 설명했으나, 이 어리석은 부자는 ‘아래 두 층은 필요 없고 오직 맨 위층만 필요하다’고 고집을 부렸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우화로 풀어서 편찬한 인과(因果)의 가르침 모음집인 《백유경(百喩經)》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학우 여러분 중에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믿을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 웃고 말겠지만, 세상에는 뜻밖으로 이런 어리석은 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초를 다지는 일은 소홀히 한 채 가장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합니다.
학우 여러분들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대학에 막 들어온 신입생들 중에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높고 큰 목표를 세워놓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1층과 2층은 짓지 않고 3층 누각만 지을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리석은 부자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그리고 단단히 다져가지 않고 서두르다가 실망하거나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行遠必自邇).” 중국 고전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입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순서가 있게 마련입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도 출발 지점에서 자기 페이스를 잘 잡지 않으면 실패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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