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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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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뒤집기
▲선업 스님 불교상담개발원 위원회

매체란 고대 라틴어의 Medius에서 유래된 단어로, 단수로는 medium이고, 복수로는 media이며  그 뜻은 ‘무엇과 무엇의 사이’이다. 즉, 매체란 무엇과 무엇의 사이를 관계하거나 연결하는 매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 명상에서는 ‘깨친이’와 ‘중생’ 사이에 위치하여 소통을 매개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소통 즉, 중생의 마음눈을 뜨게 하는 매개수단인 매체는 心身을 활용한 1차 매체와 그릇이나 방망이 등 頭頭物物을 활용한 2차 매체로 나눌 수 있다.
매체를 활용한 깨침의 메시지는 경전 곳곳에 등장하는데 <라훌라교계경> (M:61)도 그 중 하나이다. 당시 어렸던 라훌라는 개구쟁이여서 많은 대중을 황당한 말로 잘 놀리고 놀라게 하였으며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개구쟁이에게 세숫물과 세숫대야를 매체로 메시지를 전한다.
요약하면, 세존은 라훌라가 준비한 물 대야로 발을 씻은 후에 물을 조금 남겨 라훌라에게 보여주면서 “알면서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도 이와 같이 조금 남은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시고, 다시 조금 남은 물을 부어서 내버리신 후에 “알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도 이와 같이 버려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이어서 대야를 거꾸로 뒤집고는 “알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도 이와 같이 엎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경책한다.
매체를 뒤집어 사물에게 부여된 고정된 관점과 의미를 비틀어 새로운 의미로 만들어내는 행위는 예술의 주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917년 뉴욕 독립미술가협회전에서 변기를 전시한 뒤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샘(Fountain)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된 이 변기는 예술품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매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매체를 활용한 생각뒤집기는 선문답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어느 학자가 남은선사(南隱禪師)에게 선禪에 관해 질문하러 갔다. 그리고 물었다.
“스님, 선이란 무엇입니까?” 선사는 차를 내왔다. 그리고는 차가 잔에 가득 찼는데도 계속해서 따랐다. “차가 넘칩니다. 그만 따르시지요.” 학자가 소리쳤다.
자 여기에서 퀴즈. 선사의 다음 행위는?
답은 비우고 부수고 키워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축약한 바로 그 행위이다.
모르면 擔板漢(담판한)!
 

선업 스님  불교상담개발원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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