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동악 학우 여러분, 한여름 무더위 때문에 힘들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새내기들은 이렇게 빨리 가는 세월의 무게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졸업을 앞둔 선배들은 어른들이 ‘세월의 무상함’에 한숨을 쉬는 심정을 이해할 것입니다.


학교 안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겠습니다만 학교 밖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언제나 맑은 모습으로 향기롭게 대해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는 반면에, 다른 사람의 흠을 잡기 좋아하고 없는 잘못을 억지로 만들어 비난·비방을 해대는 못된 사람을 만나서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학우 여러분이 혹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요? 맞대응해서 욕을 하나요,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모른 척 하시나요, 아니면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할 때까지 술을 마셔서 그 분노를 발산해버리나요?


잠아함경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물고 계실 때, 그곳에 사는 어떤 욕쟁이가 부처님을 따라 다니며 온갖 욕을 해댔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시자 이 욕쟁이는 부처님께서 자신을 두려워하는 줄로 오해하고 “내가 이겼다”고 기고만장하며 욕을 계속해대는 데에도 화를 부처님께서 모른 척 하시자 부처님을 향해 흙 한 줌을 뿌렸습니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와 그 흙이 그 욕쟁이에게 돌아가 다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시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하거나 모욕을 주면 안 되오. 그렇게 하면 그 허물은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이오. 마치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면 그 흙이 되돌아와 자신을 더럽히는 것과 같소.”


중국 당(唐) 나라 영가현각(永嘉玄覺)스님의 저술 증도가(證道歌)에도 “남들이 비방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마시오. 그것은 불을 가지고 하늘을 태우려는 것과 같아서 비방하는 사람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 뿐이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괜한 비방과 욕을 해대는 것을 여러분이 받지 않으면 그것은 처음에 욕을 한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면 됩니다. 이것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욕쟁이와 비방자’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방법이 될 것이고 여러분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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