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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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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그대에게영 페미니스트 작가 강화길
▲강화길 작가

사람에 대해, 여자에 대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제를 과감하게 이야기한다’는 평을 받은 강화길 작가.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할 때도 뚜렷한 생각과 차분함이 느껴졌다.

신중했던 첫 장편소설

강화길 작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주변에서 일어나거나 들었던 것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 ‘다른 사람’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에는 데이트 폭력, 사제 간의 성추행, 강간 등 여러 성폭력을 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그들의 상처에 집중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특별한 사건을 겪지는 않았지만 살아오는 동안에 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쓰게 됐다”며 “여성 문제를 다루게 된 것도 주변에서 성에 관한 문제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장편소설인 만큼 강화길 작가는 모든 것을 신중하게 서술했다. 특히 그는 폭력 장면을 서술할 때 선정적으로 그리는 것을 지양했다. 사실성을 부각하기 위해 상세히 서술할 수도 있었지만, 그 장면이 단순한 소품으로 이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에서는 장면 묘사보다 피해자의 심리 변화와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주로 서술돼 있다. 그는 “피해 경험은 단순히 그 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 상황을 노골적으로 그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선정적인 장면 묘사는 더욱 근절돼야 하고 작가는 많은 고민 후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회

성폭력 피해자는 폭력을 당한 후 한 번쯤 자신을 탓하게 된다. 아무리 가해자가 잘못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내가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 ‘내가 왜 순진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자책한다. 자기혐오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길을 지나가다 넘어졌을 때조차 ‘내가 왜 빨리 걸었지’라고 혐오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런 자기혐오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피해자가 자기혐오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든다. 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그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당한 놈이 바보’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폭력을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자기혐오를 더욱 조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당할 만했다, 그럴 만했다, 맞을 만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이러한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는 “이 세상에 당할 만한 사람, 맞을 만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피해자가 ‘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피해자의 도덕성에 더 집중하게 되므로 사건의 논지를 흐리게 만든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떤 일이 생겼고, 누구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고, 그 일이 어떤 일을 초래했는지”를 일차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와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사회, 피해자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도 가질 수 있는 여성 혐오

여성들은 자신 안에 있는 여성 혐오에 직면할 때가 있다. 많은 여성은 자기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본인에게 내재 된 여성 혐오에 직면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 페미니스트의 최전선’,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말을 듣는 그도 한때 내면에 있는 여성 혐오를 마주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소설에서 여성이 느끼는 여성 혐오를 잘 녹여낼 수 있었다.
실제 소설에서도 내재 된 여성을 혐오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직장상사이기도 한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주인공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맞아, 나는 그런 인간이야. 그래서 그가 나를 때린 거야’라고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이를 깨달은 그의 소설에서도 나오듯이 “어렸을 때부터 여성 혐오가 만연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말했다. 그러나 “내재 된 여성 혐오에 맞닥뜨렸을 때 내 속에 여성 혐오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돼, ‘나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면 좋겠다”며 마무리했다.

자신은 아직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페미니스트가 돼가는 중이라는 강화길 작가.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기대된다. 그는 현재 장편소설 연재를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쓴 책과는 다른 소재지만, 사람 간의 관계와 여성 문제를 담은 이야기를 쓸 것 같다”고 답했다. 피해는 그때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이야기, 당할 만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길 응원한다.

김서연 기자  dgsy29@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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