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 스님 불교대학 불교학부 교수

우리는 종종 돌아가신 분들에 대하여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데로 가세요’라고 축원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생을 그리는 것일까? 돌아가신 분이 다음 생에는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아무 고생 없이 풍족히 사시라고 하는 것인가? 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최상의 삶인가?
정말 윤회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뭔가 손에 잡히는 답을 구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전생을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한편으로 우리의 금생의 삶이 끝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몇 년 전에 삶을 달리한 애플컴퓨터를 만든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업이라 부르든지 운명이라 부르든지 간에 우리에게 삶의 끝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했다. 우리의 삶이 끝이 없다면 그것보다 더한 비극도 없으리라. 태어난 모든 것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어진 시간의 인연이 다하면 소멸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원으로써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끝이 있기에 우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좀 더 열심히 의미가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전 총무원장 지관어른스님에 관한 일화를 소개할까 한다. 지관어른스님은 평소에 너무나 건강해 보이셔서 다들 저분은 오래 사실 거라고 했는데 너무나 허망이 가셨다.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에 뵌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그때 평소보다 몸이 너무 빠지셔서 왜 그렇지 했는데 주변에서 별 문제는 없으시다기에 그런가 보다 하였다. 그러나 그때 인사드린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나중에 문상을 가서 뵙자니 너무 허망해서 돌아오던 발걸음이 아주 허전했던 기억이 난다.
어른스님이 평생 계시던 연구소에 ‘자비’라는 덩치 큰 진돗개가 있었다. 어른스님이 너무나 예뻐하셨고 방문객이 가면 반겨주던 개였다. 그런 자비가 어른스님 가시기 1년 전인가 먼저 떠났다. 17살을 살았으니 개로서는 천수를 누린 것이리라. 개의 한 살이 사람으로 치면 7년을 산 것이라니 자비는 사람으로 치면 백 살을 넘어 산 것이다. 자비가 떠난 직후에 어른 스님 꿈속에 말끔히 차려입은 젊은이가 나타나더니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면서 정중히 인사를 하더란다.
작금 환경을 무너뜨리고 다른 중생을 괴롭히는 악업을 짓는 자들을 종종 본다. 이럴 때일수록 일체중생을 구하려 몸을 던지셨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감사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다시금 자연으로 기쁘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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