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를 새기고 있는 타투이스트.

불법보다는 ‘무법’, 타투의 현주소

타투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주류문화로써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타투협회의 ‘2017년 타투 및 반영구화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약 50만 건의 타투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뤄지는 타투 작업은 대부분 ‘불법 행위’이다. 반영구 화장을 의료행위로 판결한 1992년의 대법원 판례 이후, 타투가 의료행위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자의 타투 행위는 의료법과 보건범죄 단속법에 따라 처벌된다. 타투 산업이 성행하는 가운데 연간 300여 명의 타투이스트들이 불법 시술로 적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과 2015년에 타투이스트를 신(新)직업으로 발굴하고 타투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계는 비의료인의 타투 행위로 생길 수 있는 건강상의 위험을 우려해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늘어나는 타투 수요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자격을 갖춘 타투이스트는 전국에 10여 명밖에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비합법적인 타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지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타투를 묵인하면서 이를 받쳐줄 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방치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사실상 불법이나 다름없는 타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타투를 관리·감독할 제도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부작용 등의 위험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사만 타투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타투는 시술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특히 타투의 예술성이 인정받으며 타투 종사자는 타투(tattoo)와 예술가(artist)의 결합어인 타투이스트(tattooist)로 불리고 있다. 최근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 ‘1인 1도안’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개개인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의미 있는 그림을 새기는 것이다. 3년째 활동하고 있는 타투이스트 애리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흉터 커버업 타투를 꼽았다. 그는 “배에 있는 흉터 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손님의 커버업 작업이었다”며 “흉터가 타투로 가려진 걸 보고 너무 좋아하셔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의 상당한 실력을 보고 해외에서 타투를 받으러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채화풍의 타투가 한국 스타일의 타투로 알려지며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애리 씨는 “해외에는 수채화풍 타투가 드물어 태국, 홍콩, 미국 등지에서 와 타투를 받는다”고 밝혔다. 또 국내의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들이 해외로 진출하기도 한다. 이에 애리 씨는 “유명한 타투이스트들은 해외 타투샵에서 협업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타투 산업은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제도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 합법화로 나아가야

다른 국가들은 타투를 어떻게 법제화하고 있을까? 현재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타투 시술을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타투 문화가 발달한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경우 면허제나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의 주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타투이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보건 위생 교육 수료증 등을 제출하고 신고 절차를 거치면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타투의 실질적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패션타투협회와 코리아아트메이크업협회 등이 타투 양성화를 촉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타투를 사실상 불법으로 보는 현행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해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타투 업계는 관련법 제정으로 각자의 양심에 의존한 지금보다 위생을 철저하게 감독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리 씨는 타투의 실질적 합법화가 이뤄지면 “위생 기준도 체계가 잡히고 타투이스트들도 간판을 걸고 양지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회 변화가 반영된 타투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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