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과(왼쪽) 졸준위가 ‘2018년도 상반기 정기감사’에 제출한 졸업사업비 영수증 내역(오른쪽).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가 지금까지 졸업사업비를 남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총대의원회(이하 총대)의 ‘2018년도 상반기 정기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총대 측에 따르면 졸준위 감사는 오랫동안 시행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감사 자료는 없다.

 

통용되는 관행은 어디까지

졸준위는 졸업사업비 5,585,000원 중 786,730원을 집행부 식대 및 졸준위 전용 휴대폰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상반기 졸업사업비 사용 내역 29건 중 12건이 식대로 쓰였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으로는 Y식당 116,000원, S식당 59,000원, P식당 64,000원 등의 업무 관련 명목(회의 후 식사, 앨범 배부 중 식사 등)으로 609,300원의 식대가 지출됐다. 또한 비품 구매 명목으로 4만 원대의 간식비를 사용했다. 이는 우리대학 재정시행세칙 제19조에 위배된다. 회의비 지출은 학생회비 수입 총액의 10% 미만이어야 하고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1인당 1만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총대의원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에 열린 총대 주관 ‘졸준위 면담 감사’에서는 잦은 식대 사용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설은진(화공15) 30대 졸업준비위원회장(이하 졸준위장)은 “회의비 사용 방법을 잘 몰랐고 학생지원팀 측에서도 졸업사업비를 업무 중에 어느 정도 식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앨범 배부 중 식사를 한 비용은 업무 중 발생한 비용 아닌가”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학생지원팀 측은 “졸업사업비 사용은 학생지원팀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졸준위 측의 상반기 식대 사용은 일반 학우들이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니 이제부터는 내부적으로 기준을 정해 사용할 것을 졸준위 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졸준위 전용 휴대폰 사용료 134,130원도 졸업사업비에서 지출됐다. 우리대학 학생자치기구에서 전용 휴대폰을 개설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졸준위장은 “공짜폰으로 전용 휴대폰을 개통했고, 사업 공지 메시지 발신과 문의를 받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용 휴대폰 명의는 양동석(멀티미디어공학14) 29대 졸준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돼 있었다. 실제 29대 졸준위는 전용 휴대폰을 통해 ‘안내 및 공지 강화’와 ‘SNS를 활용해 학내 생활과 졸업에 필요한 콘텐츠 게시’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졸준위 SNS에서는 앨범 업무 외 어떠한 콘텐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졸준위장은 “학생지원팀과 상의 후 공용 휴대폰을 배치한 것으로 29대 졸준위를 좇아서 사용하고 있다”며 관행임을 밝혔다.

전용 휴대폰은 감사 직전에 정지된 상태이다. 전용 휴대폰의 효율성과 공약 실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문자 및 전화 수신 횟수 공개를 요구했지만 졸준위는 답변을 거부했다.

 

예비졸업생 복지 사업 안갯속에

졸업사업비는 졸업앨범 제작뿐 아니라 예비졸업생들을 위한 사업 비용으로도 사용돼야 한다. 실제로 우리대학 총학생회회칙 제15장에 명시돼 있는 졸준위 업무는 ▲졸업사진 및 앨범제작 ▲취업특강 및 취업 정보 자료집 발간 ▲기타 졸업에 관계되는 제반 업무이다. 하지만 졸준위는 ‘졸업사업 외 복지사업 실행’ 공약을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졸준위장은 “졸업사업비 납부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처음 진행하다 보니 고민이 지속됐다”며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집행부를 2년 반 동안 하면서 항상 회의 때 사업에 대한 말은 나왔지만 앨범 업무로 바빠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졸업생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졸준위 사업을 구경조차 못 한 셈이다.

 

폐쇄적 운영 방식도 문제

역대 졸준위의 졸업사업비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지금까지 졸준위는 졸업사업비 사용 내역을 자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으며 감사자료 또한 전무하기 때문이다. 졸준위장은 “2016년부터 졸준위 집행부를 했는데 감사를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박철우(경영14) 총대의원장은 “관행상 감사를 안 해온 것 같다”며 “올해는 졸준위 감사를 강력히 요청해주시는 분들이 계셔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사업비 사용내역 뿐만 아니라 집행부 모집 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 졸준위는 집행부 모집 시, 공개 모집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졸준위가 몇 년간 공과대학 내 친분으로만 집행부를 구성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졸준위장은 “집행부를 모집하기 전에 이미 졸준위를 지원한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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