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018.10.29 18:41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취재
인생에 물음표(?)가 그려진다면 쉼표(,)를 찍자
  • 김리현·김진희·박보경 기자
  • 승인 2018.09.03
  • 호수 1598
  • 댓글 0
▲일러스트=엄재식 기자.

대학생 A씨는 2학년을 마치고 바로 휴학계를 냈다. 학과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계속해서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업에 흥미를 잃고 집중도 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계속된 결석으로 학사경고까지 받았다.
A씨는 휴학이 절실했다. 하지만 휴학기간 동안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빨리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압박과 본인 스스로 느끼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청년들의 사춘기, ‘대2병’

‘중2병’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중2병’과 달리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대2병’. 오늘날의 청춘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구하지 못해 혼란스럽다. 이는 본격적인 전공 공부가 시작되는 대학교 2학년을 전후로 심화된다. 우리대학에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가르치고 있는 배병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자식의 많은 부분을 대신 결정해준다”며 “성인이 된 자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대2병’의 원인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2병에 대한 해답으로 ‘휴학’을 선택한다. 현재 우리대학 재적생 대비 휴학 비율이 24.79%에 달하는 것만 봐도 대학생들의 휴학 정도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지가 대학생 1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휴학 경험자는 휴학을 결정한 이유로 ‘휴식’(56.6%)을 꼽았다. 또한 휴학 미경험자도 휴학을 하고자 하는 이유로 ‘휴식’(56.5%)을 택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배 교수는 “대학생은 대인관계, 학점, 등록금, 취업준비 등으로 인해 휴식을 할 수 없어 많은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요즘 사회는 이 모든 것들을 잘 해내는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요구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차수민(교육학과15) 씨는 “학창 시절부터 경쟁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타인의 속도를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남들보다 뒤처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편히 쉴 수조차 없었다”고 빡빡한 현실을 한탄했다.
이와 달리 휴학계획이 없는 학생들은 그 이유로 ‘취업을 빨리하기 위해’(39.5%)를 꼽았다. 휴학을 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시작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휴학을 하게 되면 기업 면접에서 ‘휴학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받고 생산적인 활동이 아닐 경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휴학은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

휴학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우리는 ‘휴학하는 동안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때 우리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런 압박감 때문에 ‘온전한 휴식’은 죄악으로 여겨진다.
실제 설문에서도 휴학을 경험했던 학생들 중 휴학 기간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은 65.5%에 달했다. 그중 45.9%는 불안감의 원인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꼽았다. 타인과의 비교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스스로의 열등감에 의한 비교가 있다. 배 교수는 비교의 심리적인 요인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스스로에게 없는 경우가 많아, 평가 기준을 타인에게 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타인이 남과 나를 비교해서 고충을 겪기도 한다. 입학한 후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했다고 토로한 박진주(교육학과15) 씨는 휴학을 결정했다. 이에 그는 “휴학을 결정한 이후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 때문에 휴학 결정을 잠시 망설였다”며 “그래도 한 번쯤은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휴학은 우리에게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 ‘갭이어’

쉼표를 찍기 두려워하는 청춘들에게 ‘갭이어’는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갭이어’란 갭(Gap)과 이어(Year)의 합성어로 대학진학 전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말한다.
갭이어는 196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 호주, 아일랜드 등의 영미권 국가로 확산돼 현재 제도화 과정에 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한 특정 대학에서는 갭이어를 입학 조건에 포함시키는 추세이다. 영미권 국가들은 성인이 되기 전 미래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도록 제도화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갭이어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성인이 된 후에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갭이어를 경험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학생들의 방황은 조금 더 줄어들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갭이어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수가 현저히 줄었다. 이에 반해 갭이어를 실시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한 해 14만여 명에 이른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대학도 없으며, 갭이어와 관련된 구체적인 프로그램 방안 모두 부족한 상태이다.
갭이어 프로그램은 ‘대2병’의 해결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손재은 씨는 갭이어 기관인 ‘한국갭이어’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캄보디아 봉사활동과 피렌체 가죽 공예를 경험한 후 해외 유명 가방 브랜드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 다녀오니 이 작은 땅덩이에서 아등바등 스트레스받았던 순간들이 후회됐다”며 “가만히 오두막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가라앉았고, 내가 꿈꾸고 있는 일들에 집중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교육학과 심태은교수는 갭이어에 대해 “내가 나아갈 방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다”며 “본인만의 가치를 찾는다면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닐 것이다”고 답했다. 최근 이러한 추세에 맞춰 서울시는 ‘2018년 청년인생설계학교’를 개설해 서울 거주 미취업 청년을 모집하기에 나섰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참가자는 각종 강연과 체험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을 온전히 탐색하고 또래와 함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열정을 강요받는 청춘. 꼭 무언가를 해낼 필요도,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잠시 멈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김리현·김진희·박보경 기자  dgupress@dgu.edu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리현·김진희·박보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