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수습기자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다. 부당한 일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감춰졌던 문제들을 자주 마주했기 때문이다. 속에서 곪다가 터져버린 고름 같은 사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름을 보고 느낀 메슥거림과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자주 나를 덮쳤다. 아무리 깊게 고민해도 막막함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다 포기하고 눈을 감고 살아갈까 고민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언제까지 문제들을 무시하며 살 수 없다. 차라리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루빨리 환부를 도려내고 꿰매는 게 낫다고 믿는다. 나는 기자가 수술대의 칼을 쥘 수는 없지만, 상처를 수술대에 올려놓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곪아버린 상처들을 마주할 게 분명하다. 이는 확실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방치된 문제들을 수술대에 올릴 수 있다면 수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사회가 가진 구조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갈수록 시대에 대한 유감과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됐다. 문제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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