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이하 총여)는 1980년대, 사회적 약자였던 여학생들을 위한 대학 내 자치 기구로 등장했다. 여학생이 겪는 차별을 해결하고 여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많은 대학의 총여는 폐지되거나 총학생회의 산하단체로 운영되는 등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학 내 성비가 비슷해지면서 더 이상 여학생은 ‘소수자’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 번졌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익명의 여학생이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했고, 교수가 강의 중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 역시 끊이지 않았다. 광고홍보학과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학생들을 두고 성희롱을 일삼던 일이 밝혀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후였다. 학내에서 여학생의 수가 늘어난 것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여학생은 ‘소수자’였다. 


우리대학 미투 운동에 총여는 ‘성폭력 고발 대나무숲’을 신설하고 ‘동국대 교수 미투 제보 창고’를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총여의 이러한 역할은 인권센터가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인권 센터도 모든 인권을 완벽히 보호할 수는 없다. 많은 학내 차별이 젠더 문제와 관련된 만큼, 여학생의 권익을 주장하는 데는 여학생 중심의 단체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인권센터의 제도적 한계를 짚었던 것도 총여였다. 지난 3월, 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규정 상 진행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던 인권센터에 ‘학생 참여 보장’을 주장했던 것도,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는 인권센터 규정의 개정을 요구한 것도 총여였다. 


사실 총여 폐지에 잡음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대학 내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내 성희롱 및 성폭행이 근절된다면, 교수가 성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총여 폐지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총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은 응당 필요하다. 하지만 총여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은 총여의 무조건적 폐지가 아닌, 학내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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