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국교4) 作

문학 텍스트의 해석 활동을 통한 문학 능력 향상 방안 연구

-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과 소설 텍스트를 중심으로 -

김지수(국교4)
1. 서론

1-1. 문제제기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의 상징적 의미가 ‘조국’이라는 대답은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대로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일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님’의 의미를 ‘연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대답들이 그들에게 하나의 지식 이상으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또한 그들에게 「님의 침묵」을 어떻게 감상했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문학교육현장의 문제점은 명백하다. 문학 텍스트 자체에 대한 교육이라기보다는 문학 텍스트 주변의 것들에 관한 교육이 만연한지 오래다. 또한 학습자 스스로의 텍스트 수용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기존의 연구물들에 대한 암기를 목표로 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학습자 스스로의 수행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체험해 놓은 결과물을 제시받을 뿐인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학습자의 능동적인 수용’이라는 문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조차 암기의 대상으로 학습자들의 머리 한 구석에만 존재하게 되었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문제의식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혹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자들이 문학 텍스트를 ‘문학’으로서가 아니라 ‘지식의 대상’으로서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학을 정의적, 인지적, 심미적 대상으로서 균형 있게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대상이라는 인식 속에서 텍스트를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된다면 결국 학습자는 궁극적으로 문학 텍스트를 향유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지식의 습득을 위한 딱딱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문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문학의 기피 현상으로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텍스트에 대한 능동적인 수용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미숙한 독자들을 사회에 내보내게 된다. 학습자들이 제도권 교육을 마치고 접하게 되는 문학 텍스트들의 대부분은 ‘교육받지 못한’ 텍스트들일 것이다. 문학 관련 직업을 가지지 않는 이상 그들이 접하게 될 텍스트들 중 교과서에서 다루어진 텍스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시피, 학습자들이 학교교육 이후에 접하게 되는 문학 텍스트들은 매우 다양하고도 새로운 텍스트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텍스트들은 학교교육에서 모두 다룰 수 없는 현실임이 분명하다. 학교교육현장에서 문학 텍스트를 접할 때 ‘주어진 지식’만을 제공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그러한 다양한 텍스트들의 수용에 어려움을 느낄 것 또한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비록 텍스트의 해석을 위한 다양한 이론들을 배웠을 지라도 그것들을 실제 텍스트에 적용해보는 경험이 부족하기에 그 활용이 쉽지 않다. 또한 문학에 대한 인식이 학습자 능동적인 감상의 대상물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지식을 습득하는 활동의 대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또한 학습자의 문학문화와의 단절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며, 미래의 문학문화를 위협하는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더 이상 사실적 지식, 개념적 지식만을 가르쳐서는 안 되며, 실용적인 방법적 지식을 통한 실제 수행의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학습자에게 문학 텍스트의 분석 결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해주기 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텍스트의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알레고리 해석 활동’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알레고리 해석 활동을 통한 교육이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 즉 학습자 스스로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중심으로 문학 능력의 향상 방안을 마련하고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1-2. 연구사

알레고리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그 양이 방대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문학교육과 연계시켜 생각해볼만한 연구는 그 양이 매우 적다. 기존 대다수의 연구가 주로 알레고리를 문학적 수사로 원용한 텍스트들을 설명하기 위한 연구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 중에서도 문학교육과 연관 있는 연구물들이 몇 존재한다.

우선 문학 텍스트의 수사적 장치가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자를 호명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알레고리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김혜영의 연구와, 시 텍스트의 원용된 수사적 전략으로써 알레고리를 연구한 노용무의 연구가 있다. 김혜영과 노용무의 연구는, 알레고리를 수용자의 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텍스트가 독자를 해석 주체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수사학적 전략으로 보고, 그 설득의 조건과 과정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각각 서사물과 서정양식을 통해 연구함으로써 알레고리와 문학 교육과의 연계성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

또한, 시 교육에 있어서 학습자의 다양한 해독을 유도하는 해독 모형의 고안을 시도하고 시의 알레고리 해독의 매체로 교육연극을 선정, 연구한 한귀은의 연구가 있다. 알레고리의 시학적 특성과 이해․감상을 위한 이론 및 실례를 밝히고 창의적 표현을 위한 교수법 활용 방안을 제시한 정끝별의 연구물도 있다.

마지막으로 알레고리가 사용된 텍스트인 스펜서의 『선국 여왕』 교육 방법을 연구한 정덕애의 연구가 있다. 이 연구의 경우 텍스트를 직접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한 실질적인 연구라는 점에서는 교육적 의미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을 학습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경지식의 난이도와 교육 여건 등이 큰 걸림돌로 존재하기에 중등교육에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 해당 텍스트를 교육하는 것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텍스트들에 보편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연구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직 알레고리가 국어교육의 교수―학습 대상으로써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본고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문학 텍스트의 수용을 위한 방법적 지식의 차원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 알레고리는 현행 교육과정 내의 문학교육 현장에서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 알레고리의 교육적 활용도가 매우 낮다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레고리의 활용을 통해 충분히 교육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을 통해 문학 능력의 향상을 이끌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본 연구를 발전시켜 나간다.

1-3. 연구 방법

알레고리는 그 개념부터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 이는 알레고리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확대 적용을 하면 모든 현대소설 텍스트를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라는 권오현의 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듯이,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범위하고 세밀한 논의를 다루는 것이 교육적 의의를 갖기는 힘들다고 판단된다. 또한 알레고리에 대한 이론적 학습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고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들은 뒤로 한다.

2장에서는 본고의 논의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알레고리 개념을 바탕으로 알레고리 해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논할 것이다. 같은 장에서 그 알레고리 해석과 문학교육이 만나는 부분에 대해 논한 후,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작품에 적용해 볼 것이다. 그리고 4장에서는 본고의 활동이 어떠한 교육적 의의를 갖는지에 대해 논함으로써 본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2. 알레고리 해석과 문학교육

2-1. 알레고리 해석의 개념

알레고리 해석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알레고리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고리(allegory)는 ‘다른 것을 말하기(other speaking)’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를 어원으로 한다. 알레고리는 인물, 행위, 배경 등이 일차적 의미(표면적 의미)와 이차적 의미(이면적 의미)를 모두 가지도록 고안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두 가지의 수준에서(어떤 경우에는 그 이상의 수준에서) 이해되며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알레고리는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와 관념의 알레고리, 이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 대한 해석은 작중 인물과 행위가 어떤 실제의 역사적 인물 또는 사건을 지시하는가가 바탕이 된다. 후자의 경우는 작중 인물이 의미하는 추상적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 해석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이솝우화』가 여기에 속한다.

즉 알레고리 해석이란 알레고리 텍스트 속에 숨겨진 이차적 의미(원형)를 분석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알레고리가 사용된 대표적인 텍스트인 『이솝우화』를 예로 들 경우, 이야기의 일차적인 의미만 집중한다면 그 내용이 동물들의 특정 행위에 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알레고리로 해석한다면 인류보편적인 본성과 삶의 모습, 도덕․윤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이면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2. 알레고리 해석과 문학교육

알레고리 해석을 본격적으로 문학교육의 차원에서 다루기에 앞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는 문학교육에서 알레고리 해석을 다룸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것이다. 알레고리 텍스트에는 원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부터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학습자들에게 이 원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알레고리 해석의 수행이 매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는 알레고리 해석의 활용성에 관한 부분이다. 알레고리가 사용되었다고 언급되는 텍스트들을 해석하는 데에만 유용한 것이라면, 그 활용의 폭은 매우 좁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알레고리 해석 활동이 학습자의 능동적인 문학 수용 활동이냐는 점이다. 이는 문학교육의 기본 관점들 중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고려된 것이냐는 점과도 관련 있다. 학생들 스스로 하는 활동이기는 하지만 정해진 원형을 찾아내는 활동이라는 점은, 텍스트에 대한 획일화된 반응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수동적인 학습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문학교육과 알레고리 해석을 연계하고자 한다.

(1) ‘원형’이라는 배경 지식의 필요성 문제에 대하여

알레고리 해석이란 텍스트에 숨겨진 원형을 분석해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원형을 학습자가 모를 경우, 즉 원형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학습자에게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는 알레고리 해석을 교육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교사가 알레고리의 원형이 되는 내용을 학습자들에게 제시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는 알레고리 해석을 교육하는 목적이 단순히 제시된 자료와 텍스트를 비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자에게 알레고리의 원형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는 점이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학습자들은 '어차피'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내에서 텍스트의 알레고리 ‘원형’을 찾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형에 대한 배경 지식의 문제는 관념적 알레고리보다는 주로 역사․정치적 알레고리가 사용된 텍스트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는 학습자의 역사 ․ 정치적 사전 지식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원형을 밝히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말도 맞기는 하지만,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는 대부분의 경우 관념적 알레고리로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무리가 없다.

텍스트에 사용된 원형들은 작가들에 의해 선택된 특정 사건이다. 그런데 작가는 ‘아무런 의미 없는’ 사건을 선택하여 텍스트의 원형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 나름의 기준에 의해 무언가 ‘의미 있는’ 사건을 텍스트의 알레고리로 사용하기 마련인 것이다. 생각해볼 것은, 이 ‘의미’는 인류 보편적인 윤리 ․ 도덕적인 것, 혹은 인간의 본성 등의 관념과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정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해도 이와 관련된 정직, 배신 등의 윤리 ․ 도덕적인 가치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텍스트에 사용된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의 속에는 또 한 번 관념의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가 사용된 텍스트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도 충분히 관념의 알레고리로 해석할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김성한의 「바비도」 또한 그러하다. 텍스트가 쓰인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는 학습자라면 195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과 연관 지어 「바비도」의 알레고리를 해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알고 있지 못한 학습자라고 해도, 텍스트 속 기독교 세력을 ‘개인을 자유를 억압하는 거대한 무언가’로, 또한 주인공 ‘바비도’를 자유를 억압받는 존재 혹은 양심을 지켜나가는 존재 등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해당 작품을 역사적 ․ 정치적 알레고리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관념적 알레고리로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충분히 그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언급은 텍스트의 전문적으로 다뤄야 하는 입장에 있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학습자들과 연관 지을 경우에는 충분히 시사점이 있기에 이를 언급한다. 학습자가 텍스트의 알레고리를 해석함에 있어서,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를 찾아낼 수 있는 충분한 사전 지식이 갖춰져 있으면 무론 좋지만, 설사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하나의 텍스트를 의미 있게 해석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 시사점이다..

(2) 알레고리 해석의 활용성에 대하여

문학교육에서 알레고리 텍스트로 다뤄지는 텍스트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알레고리 해석을 교육하는 것이 그 활용 범위가 매우 좁은 것으로, 이로 인해 교육이 불필요한 것으로까지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알레고리 텍스트로 불리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알레고리의 기법이 사용되지 않은 텍스트인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권오현이 제시한 알레고리 소설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텍스트 속에 드러나는 허구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와 명확히 구분되어 있을 것, 둘째, 특정 지역과 시대의 역사적 상황이나 인간의 본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을 것, 셋째, 인간과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존재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춘 소설을 알레고리 기법을 사용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준은 권오현 자신이 언급했듯이, 현대 소설의 모든 텍스트를 알레고리 텍스트로 분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하에 세운 기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또한 알레고리에 대한 이상섭의 정의를 참고하자.

한 텍스트가 이야기하는 구체적 사실을 어떤 고정된 정신적 의미(교훈 또는 철학 사상)로 해석하는 사람은 그 텍스트를 알레고리로 이해하는 것이며, 또한 작가가 한 뚜렷한 사랑, 교훈을 말하고자 하여 그것을 한 인물의 행위에 가탁하고자 하면, 그는 알레고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현대의 정신분석학과 신화학은 종래의 교훈주의와는 달리 문학을 무의식의 작용 및 인간의 잠재적 신화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것도 텍스트를 표면과 심층의 양면성에서 다루는 만큼 알레고리식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알레고리의 개념은 매우 넓다는 것과 이로 인해 알레고리 해석이 보다 다양한 텍스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텍스트의 알레고리를 해석하고자 시도는, 그 텍스트의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주제’라고 부르는 것들은 매우 추상화된 관념의 진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텍스트 속의 주제를 일종의 관념의 알레고리라고 본다면, 알레고리 해석은 그 텍스트의 주제를 찾아내는 활동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3) 알레고리와 해석의 다양성에 대하여

텍스트를 알레고리로 해석한다는 것은 텍스트에 숨겨져 있는 이면적 의미를 밝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의 텍스트에는 작가가 의식적으로 숨겨놓은 원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를 알레고리를 해석한다는 것은 텍스트속에 숨겨놓은 작가의 의식을 밝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작가의 의식을 텍스트를 통해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가 밝히지 않은 이상-설사 밝혔다고 할지라도 작가의 의식이 텍스트 속에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작품의 의도를 ‘절대적으로 옳게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모든 문학텍스트가 그러할 것이지만, 특히 알레고리는 더욱 그러하다. 정덕애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알레고리에서 진정한 의미를 규정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알레고리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알레고리는 일종의 베일과 같이 의미를 반쯤 가린 채 보여주어야 하며 만약 의미가 다 드러난다면 이미 그것은 알레고리가 아닌 것이다. …(생략)… 그러므로 알레고리를 읽을 때 그 안에 단 하나의 유일한 진리를 명백히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벤야민은 “알레고리의 근본 준거는 양의성, 다의성이다. 의미의 동요가 알레고리이며, 이것이 바로크의 긍지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알레고리의 원형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레고리를 해석해 내는 활동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레고리의 원형으로 선택된 무엇인가는,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관념을 기반으로 하여 선택한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것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텍스트화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 속에서 알레고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현실을 주관적으로 수용하여 세계상에 대한 절대적인 모델-작가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모델-을 설정하는 것이며, 둘째, 이것을 육화시키기 위해 현실에 존재하는 이러저러한 사실들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짜집기’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관념으로부터 출발한 알레고리와 리얼리즘은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하며, 이러한 혼란 가운데 작가의 목소리가 내적으로 용해되지 못한 채 독자들 앞에 던져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알레고리 텍스트 내부에는 의미의 균열이 존재하며 여기에서부터 텍스트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알레고리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상당수 비슷할 수는 있지만) 사람마다 연상의 과정이 다를 것이며, 특히 학습자들은 개개인의 지식과 경험, 가치관 내에서 텍스트에 나름의 ‘알맞은’ 해석들을 찾아낼 것이다. 『이솝우화』중 포도원의 울타리 구멍으로 들어가기 위해 며칠을 굶고 들어갔지만 정작 실컷 포도를 따먹고는 그 구멍으로 나올 수가 없어 다시 굶어야 했다는 여우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자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학습자는 애초에 자신의 것이 아니면 욕심내지 말라는 알레고리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어떤 학습자는 구멍을 통해 포도를 밖으로 옮긴 뒤 먹었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어리석음을 꾸짖는 알레고리로 해석할 수 있으며, 또 어떤 학습자는 인생무상을 의미하는 알레고리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해석들은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능동적인 접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학습자의 능동적인 접근이 없다면 해석은 성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알레고리 텍스트가 가진 의미의 다양성으로 인해 알레고리 해석 활동이 학습자의 능동적인 해석, 다양한 해석을 제한하는 활동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세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에 관한 논의를 마친다.

결국 본고의 알레고리 해석 활동에서 해석해내고자 하는 원형은 ‘원형일 것이라고 추측되는’ 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또한 그렇기에 본고에서 지향하는 해석은 ‘결과물로서의 해석’에 대한 것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해석’에 대한 것이다. 학습자들이 수행하는 해석 활동은 텍스트 속에 존재하는 정해진 답(선행 연구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석의 결과물)을 재확인하는 활동이 아니다. 알레고리 텍스트의 이면적 의미를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부여함으로써 텍스트의 의미를 구성해가는 활동이다.

물론 보다 일반적이고 타당한 해석이 존재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 텍스트 내에서 근거를 찾지 않은, 타당성이 매우 낮은 학습자의 주관적 해석들까지 모두를 옳은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다 전문적인 사람들, 많은 사람들에 이해 일반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해석을 중심으로 교수․학습 및 평가가 구성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학습자 스스로의 능동적인 의미구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3.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과 그 적용

3-1.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

앞에서 언급한 『이솝우화』 등의 텍스트만을 생각한다면 알레고리 해석을, 또한 그 방법을 굳이 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알레고리 분석을 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거의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해석해낼 수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솝우화』의 경우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관념적 알레고리가 사용된 경우이다. 보다 복잡한 관념적 알레고리나 역사 ․ 정치적 알레고리가 사용된 의 경우는 이와 상황이 다르다. 텍스트에 사용된 표현 기법 등이 난해한 경우에도 알레고리적 의미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면, 김성한의 「오분간」은 알레고리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 텍스트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텍스트인 것이다. 장용학의 「요한시집」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텍스트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을 논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을 논하기에 앞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알레고리가 사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는 텍스트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방식 및 구조 등에 있어서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형화된 하나의 모형만으로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모두 소화해 내고자 하는 시도는 불가능에 가까운 시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본고에서는 매우 일반적이며 단순한 형태로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어떻게 보면 굳이 논할 필요 없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텍스트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특히 학교교육 이후 접하게 될 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본고에서 제시하는 알레고리 해석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텍스트를 꼼꼼히 읽음으로써 텍스트의 표면적 의미를 파악한다.

 

② 텍스트 속에 등장하는 중심 소재(배경, 인물 및 사건을 중심으로)를 선정한다.

 

③ 선택한 소재가 묘사되는, 혹은 그 소재와 연관된 본문을 찾고 그 내용들을 한 곳에 모아 보기 쉽게 정리한다.

 

④ 다른 소재들에 대해서도 ②~③의 과정을 실시한다.(등장인물이 많거나 그들의 관계가 비교적 복잡한 경우, 인물 관계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⑤ 정리한 내용들을 종합하고 분석함으로써 각 소재들이 연상시키는 것들을 찾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소재에 의미(이차적 의미)를 부여한다. 중심 소재에 먼저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소재들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의미들은 중심 소재 및 서로 다른 소재들 간의 관계 속에서, 또한 해당 텍스트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의미적 충돌이 없는가를 확인하면서 의미부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연상에 관하여>

㉠ 연상의 방향은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으로, 특수한 것에서 보다 일반적인 것으로, 구체적인 것에서 보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관념-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이나 도덕률, 현대 사회의 모습 등-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 텍스트의 내용들과 상충되지 않으면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 등과의 연관시켜보는 것도 좋다. 또한 텍스트나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활용해도 좋으며, 역사․사회․과학․철학․심리학 등의 지식과 연관시켜보는 것도 좋다.

 

⑥ 의미가 부여된 소재들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을 때, 소설 전체 및 주제에 대한 해석을 한다.

텍스트의 알레고리, 즉 이면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텍스트의 일차적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해석 결과물 역시 텍스트에 제시된 내용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그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본격적인 알레고리의 분석을 위해 단어의 의미는 물론, 텍스트의 줄거리 및 구조 등에 대한 파악까지 선행하는 것이 필수다. 이에 ①을 설정하였다.

②는 소설이 인물, 사건, 배경의 3요소를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심소재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의 활동에 의존한다. 전체적인 텍스트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충분히 학습자 스스로 중심 소재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중심소재는 각 텍스트에 따라 인물이 부각될 수도, 배경이나 사건이 부각될 수도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동시에 부각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학습자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③과 ④는 선택한 중심 소재 및 소재들에 대한 본문의 내용을 각각 따로 분류하여 정리함으로써 학습자가 해당 소재의 의미를 보다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하고자 설정한 것이다. 단순한 텍스트의 경우 이 방법은 큰 의미가 없지만, 복잡한 소설의 경우 이러한 방법은 학습자의 사고를 보다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본문의 내용들을 정리하되 표현 방법, 묘사 등이 특별히 부각되는 내용은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는 것도 좋다. 이 활동을 함에 있어서, 인물, 사건, 배경이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각 소재들 또한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한 부분의 본문이 하나의 소재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학습자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⑤는 본격적으로 알레고리적 의미를 해석하는 활동이다. 앞의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소재들의 알레고리적 의미를 연상을 통해 해석한다. 이 활동은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학습자의 적극성에 따라 그 연상의 폭이 매우 좁아지기도, 넓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폭 넓은 연상이라도 해당 텍스트 내에서의 근거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타당한 해석이라고 보기 힘들다. 학습자의 지식, 경험, 가치관 등도 좋지만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함이 이 활동의 기본이다. 제시한 ㉠과 ㉡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텍스트 내에서의 근거를 충분히 갖추어 타당성을 확보한다면 기준에서 어긋나는 내용이라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⑥은 앞에서의 파편화된 이차적 의미들을 하나로 정리하여 텍스트 전체의 차원에서, 즉 주제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⑤의 과정을 통해서 학습자의 내부에서 이 활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큰 무리 없는 활동이라 생각되며, 텍스트 전체를 포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설정하였다.

3-2. 알레고리 해석의 방법 적용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대상으로-

앞에서 언급한 알레고리 해석 방법을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 적용해 봄으로써 보다 구체성을 띠고자 한다. 이 텍스트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알레고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별도의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선택했다. 또한 그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이 소설 속 배경으로 직접 드러난다는 점에서 비교적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을 수행하기 쉬운 텍스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결말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결말은 소설 전반적인 흐름에 비해 매우 이질적이다. 이전까지는 비교적 현실적인 분위기였지만, 갑자기 결말 부분에서 환상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이의 해석을 위해 본문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또한 매우 부족하다.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을 하는 차원에서 기피할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이질성 때문에 이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발생하고, 이는 곧 교수―학습 현장에서는 오히려 보다 능동적인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하였다.

본격적으로 텍스트를 다룸에 있어서, 소설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텍스트를 분석해 나가고자 한다. ‘배경’을 바탕으로 ‘인물’이 ‘사건’을 경험한다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조-이 소설 역시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를 고려하여 이 순서대로 중심 소재를 선정하여 텍스트에 접근하고자 한다. 사실 이렇게 텍스트를 3요소로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은 매끄러운 해석의 진술에 다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활동은 텍스트에 대한 일차적인 의미를 충분히 숙지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였음을 밝혀둔다. 또한 텍스트 해석의 전문가적 입장에서 접근한 것이기보다는 보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텍스트에 접근하려고 의도했음을 밝혀둔다.

이 소설의 배경에서부터 텍스트에 접근해보자. 등장하는 소재들이나 분위기 등을 고려한다면, 이 글의 배경이 현대 사회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비록 텍스트의 마지막에 ‘기린’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실제의’ 현실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신도림역’이나 ‘미란다, 오 예스, 칙촉’ 등의 소재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그러함을 생각할 수 있다.

주로 텍스트의 서술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지하철역이고, 그 공간 내에서도 부각되는 것은 전철이다. 이 지하철과 전철에 대한 이야기가 텍스트 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지하철역과 전철에 대한 텍스트의 일차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철 및 지하철

내용

①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셔야겠지만, 그게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승객들은 모두 전철을 타야 하고, 전철엔 이미 탈 자리가 없다, 타지 않으면, 늦는다. 신체의 안전선은 이곳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② 열차라기 보다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동물이 파아, 하아, 플랫폼에 기어와 마치 구토물을 쏟아내듯 옆구리를 찢고 사람들을 토해냈다. …(생략)… 놈의 옆구리가 흥건히 고여 있던 구토물을 다시금 빨아들이고 있었다. …(생략)… 이건 마치, 전 인류가 아닌가.

③ 어른들 사이에 기절한 어린이가 있었고 도대체 이 시간에 애를 태워 보내는 부모가 어딨어! 흥분한 감독이 부모를 찾았지만, 그런 부모 따위가 열차에 탔을 리 없었다. 숙직실에서 눈을 뜬 어린이는 수학 경시대회에 가야 하는데, 엄마에게 혼나는데. 라며 눈물을 흘렸다.

 

④ 제발… 지각이에요. 그런 여자도 있었다. …(생략)… 그만 두 대의 열차를 놓쳐버렸다. 눈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데, 난감해서 견딜 수 없었다. …(생략)… 남자는 앞을 보게 해야 잘 들어가고, 여자는 돌아서게 해야 잘 들어가. 알았지? 왜 그런 겁니까? 하여튼 그래.

 

⑤ 푸시맨 하나가 열차 속에 딸려들어간 적도 있었다. …(생략)… 평소 이놈들이 싸가지 없이 사람을 민다는 것이다. …(생략)… 결과는 집단구타였다. …(생략)… 그리고 아무도, 그 친구를 볼 수 없었다.

 

⑥ 여러 명의 변태를 볼 수 있었다.

 

⑦ 가까스로 문이 닫히면, 으레 유리창에 밀착된 누군가의 얼굴과 대면하기 일쑤였다. 이런 풍선을 봤나, 터질 듯 짓눌린 볼과 입술을, 또 납작해진 돼지코를 보고 처음엔 배를 잡고 웃었지만, 날이 갈수록 웃음은 사라져갔다. …(생략)… 다른 행성의 존재에게 알려주기엔, 인류의 몽따주는 얼마나 슬픈 것인가.

 

세상은 하나의 열차다. 한 량의 정원은 180명, 그러나 실은 400명이 타야만 한다…….

위의 내용들 중 ‘세상은 하나의 열차다.’라는 진술에서부터 전철의 연상을 시작할 수 있다. 텍스트 속에서 전철(열차)는 ‘세상’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본문들을 통해 전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세상’을 의미하는지를 추론해볼 수 있다. 이미 탈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며 올라타려고 한다. 어린 아이조차 성공을 위해 부모의 등쌀에 떠밀려 올라탄다. 남녀 할 것 없이 전 인류가 안간힘을 쓰며 올라타는 그것이 연상시키는 것은,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정리하면, 현대 사회 여러 모습들 중에서도 경쟁사회의 모습을 이 텍스트는 전철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통해서 경쟁사회에 대한 ‘작가’의 태도까지도 알 수 있다. 작가는 경쟁사회를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인류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알려주기에는 슬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그러한 것이 전철에 의해 ‘토해 내고’, ‘빨아들이는’ 것, 즉, 사람들 자의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타의(경쟁사회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역과 전철을 분석하는 활동을 통해 텍스트의 배경이 현대 사회의 모습들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사회의 모습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으로 연상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 배경 속 인물들과 그들의 행위를 통해 인물들 또한 알레고리로 해석을 해보자.

이 텍스트에서 사건 전개의 중심인물은 ‘나(승일)’이며, 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버지’이다. 먼저, 나에 대한 본문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내용

① 심리: 화성인들을 부러워한다. 여러 일터는 전전하며 지루함을 느낀다.

심리: 일터에서 적은 돈을 받아 불만을 가득했다.

묘사: 돈을 시간으로 계산하며, 도덕적인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② 행동: 더 높은 알바비를 받기 위해 푸쉬맨이 된다.

심리: 지구를 떠나 화성에 다다른 느낌을 느낀다.

③ 심리: 중학생 시절 ㉠을 본 후 ‘나의 산수’가 생기고, 인간에게는 누구에게 ‘나의 산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 알바를 통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④ 심리: 열차를 처음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심리: 푸쉬맨의 일을 마치고 다시 화성인들을 부러워한다.

심리: 힘든 일에 다시 불만을 갖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출근한다.

⑤ 심리: 푸쉬맨 일에 만족하게 익숙해지고, 만족한다.

⑥ 심리: 전철에 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형…아무리 그게 좋다 쳐도… 과연 저 속에 타고 싶을까요?)

심리: 지구는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도 ~있을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그러니까 알로하, 오예)

⑦ 심리: 일에 익숙해졌지만 사람들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⑧ 행동: 지하철역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를 열차로 밀어 넣는다. (㉡)

심리: 어색함, 혼란 (추정)

⑨ 행동: 아버지를 여러 번 만나고, 여러 번 밀어 넣는다. (㉢)

심리: 지구는 항상 돌아감을 느낀다. 면역이 생긴다. 목마름을 느낀다.

⑩ 행동: 어느 날 아버지를 밀어 넣으면서, 아버지의 흉곽에서 어떤 미약한 소리 같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⑪ 행동: 방학이 끝나고 알바를 잠시 쉬지만, 엄마의 입원으로 다시 알바를 시작한다.

심리: 아버지에 대해 무관심해진다.

행동: 아버지처럼 잿빛의 눈동자를 갖게 되고, 아버지의 연산이 된다. (㉥)

⑫ 행동: 성격이 날카로워지며, ‘미는 행동’에 익숙하다. 편의점의 사장을 옥신각신하다가 밀어버리고, 아버지 또한 열차로 미는 것에 익숙해진다.

⑬ 심리: 겨울이 되고, 금성인들을 부러워한다.

심리: 혼자임을 느끼고, 삶과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⑭ 행동: ㉦ 발생하고, 이로 인해 더욱 많은 일을 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심리: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몸을 떠밀리는 기분을 느낀다. 괴로움을 느낀다.

⑮ 심리: 집의 경제가 안정되어 평온함을 느낀다.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나’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존재이다. 그는 현재의 삶을, 지구에서의 삶을 불만족스러워 한다. ‘하와이’든 어디든 ‘지구는 둥그니까’, 다시 말해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는 ‘화성인과 금성인’을 부러워한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존재인 것이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산수’를 보게 된 ‘나’는 아버지의 연산이 되어 ‘나의 산수’를 형성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곧 돈을 인생의 중심으로 삼기 시작한다. 시간을 돈의 가치를 계산하며, 도적적인 가치보다는 물질적인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그의 인간성은 점점 메말라가며 조금씩 경쟁을 위한, 돈을 위한 존재로 변해 간다.

그는 푸쉬맨 일을 한다. 처음에는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열차(경쟁 사회) 속으로 밀어 넣지만, 점점 자신이 밀어 넣던 존재가 아버지임이 드러난다. 여기서 ‘나’의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 찾을 수 있다. ‘나’는 그 자신이 ‘과연 저 속에 타고 싶을까요?’라고까지 생각하는 열차(경쟁 사회) 속으로 아버지를 밀어 넣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열차, 치열한 경쟁 사회 속으로 억지로 아버지를 ‘쑤셔’ 넣는다. 어쩔 수 없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또한 점점 비인간적이 되어 간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청소년들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느 순간 경쟁 사회의 원리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물론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정의가 중요하다고 외치기는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관념과 삶 속에서는 그런 것들보다 물질적인 가치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그들의 ‘산수’ 속에서 발버둥 쳐간다. 이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뿐이 아니다. 그들은 그 존재부터가 그들의 ‘아버지’를 경쟁 사회 속으로 내모는 역할을 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기 전부터 그러했으며, 인지하기 시작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내몬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쉽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며, 이 고리에서 마음대로 벗어날 수도 없다.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순환적인 고리에 갇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반복할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아버지의 ‘잿빛의 눈동자’를 닮고, 언젠가는 또 그들의 자식에게 그 ‘잿빛의 눈동자’를 물려줄 것이다.

다음은 아버지에 관련된 본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버지

내용

㉠ 묘사: ‘무슨 상사’라고 밖에 할 수가 없는 직장에서,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한다.

심리: 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 행동: 지하철역에서 아들을 만나고, 아들에게 밀려 열차로 들어간다. (⑧)

㉢ 행동: 아들을 여러 번 만나고, 여러 번 아들에게 밀려 열차로 들어간다. (⑨)

㉣ 행동: 밀려 열차에 들어가면서, 흉곽에서 어떤 미약한 소리 같은 것이 새어나온다. (추정), (⑩)

㉤ 심리: 부인(‘나’의 엄마)의 입원으로 절망에 빠진다.

㉥ 묘사: 잿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아들을 자신의 연산으로 만든다. (⑪)

㉦ 행동: 아들과 대화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실종된다. (⑭)

‘아버지’에 대한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나’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아버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본문의 내용을 통해 쉽게 짐작해보건대, 아버지는 ‘충분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인물이 아니다. 여기서의 ‘충분한’이란 남들보다 잘 사는, 일반 사람들보다 뛰어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아버지’ 역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존재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아버지는 아들에 의해, 또한 가정의 사정에 의해 열차로 떠밀리는 존재다. 경쟁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보려 하지만 어쩌지 못하고 휩쓸려 살아간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에게 ‘산수’와 ‘잿빛 눈동자’를 전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어쩌면 ‘아버지’ 역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그것들을 물려받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어쨌든 ‘아버지’는 ‘엄마’의 입원을 계기로 큰 절망에 빠지게 되며, ‘나’와 대화하려 하지만 이에 실패하고 곧 실종된다. 이 역시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대 경쟁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들. 그들의 삶에 희망보다 절망이 더 가깝다. 상승하는 물가, 보다 어려워지는 경제 속에서 그들은 점점 지쳐간다. 가족들에게마저 기댈 수 없는 그들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다. 희망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어쩌면, 정말 ‘사라지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결말부분을 해석해보도록 하자. 결말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말

내용

아버지가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몸을 떠밀리는 기분’으로 더욱 힘겹게 경쟁 사회를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된 어느 날 ‘나’는 지하철의 플랫폼에서 ‘기린’을 만나고, 직감적으로 그가 ‘아버지’임을 확신한다. ‘나’는 당장 그에게 달려가 그동안의 그리움을 드러내며 울음으로, 또한 경제가 나아졌다는 이야기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신경한’ 모습으로 ‘아무 반응이 없었’고ㅡ 그런 반응에 지친 ‘나’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맞는 지만이라도 답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관심한, 그러나 잿빛의 눈동자’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는, 자신의 ‘앞발’을 ‘나’의 손 위에 포개고 말한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결말부분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또한 이것을 통해 전체의 주제를 파악함에 있어서는 ‘기린’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기린’의 의미를 파악해 내기에는 속에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다. 하지만 이는 텍스트의 제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의 해석을 포기한다면 텍스트 전체에 대한 해석의 작업이 의미가 없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텍스트 속 기린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다윈의 ‘적자생존설’을 끌어오고자 한다. 먼 옛날에는 목이 짧은 기린과 목이 긴 기린 모두 존재했지만, 식량이 부족해짐에 따라 목이 짧은 기린은 굶어죽고 보다 높은 나뭇잎을 따먹을 수 있는 목이 긴 기린만이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이 다윈의 주장이다. 이 주장과 본 소설의 기린의 연관성 짓고,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배경에 대한 것, 인물들에 대한 해석의 결과물들)을 고려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목이 긴 기린의 생존은 목이 짧은 기린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가 기린이 되어 돌아온 것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았고, ‘오전의 한가한 역사’의 ‘플랫폼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고’ 있을 만한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의 단정한 차림새(양복)에서 또한 이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볼 문제는, 비록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기린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라는 점이다. 텍스트 속 기린은 동물의 본능의 존재다. 인간의 옷을 입기는 했지만 ‘앞발’을 가지고 있다. 즉 이는 인간성을 상실한 존재를 의미한다. 아들의 눈물어린 호소에도, 가족의 소식에도 ‘무관심한 눈’으로 ‘아무 반응이 없었다.’라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마지막 대사를 해석보면 다음과 같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이미 나는 기린일 뿐이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너의 이야기는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제 이 텍스트의 주제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작가는 경쟁 사회의 종말, 곧 이러한 인간들의 경쟁 사회에 대한 적응의 끝을 ‘인간성의 상실’이라고 보는 것이다. 개인 간의 단절이 심화되어 가족 간의 정조차도 사라져 버리고 있다. 결국 인간을 인간이라고 구분 지을 만한 것들도 모두 사라져버려서 ‘본능에 충실한 하나의 동물’이 될 뿐이라는 것이 이 텍스트의 알레고리적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알레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둘의 존재가 구별된 상태로 텍스트 속에서 형상화 되어있기에 각자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나’에게 ‘산수’와 ‘잿빛 눈동자’가 전수된다는 점과, ‘아버지’도 예전에는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것, 그리고 ‘나’ 역시 이후 언젠가에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연상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이들의 관계가 끝없이 순환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경쟁 사회 속에서 반복되어 가는 치열한 경쟁, 인간성 상실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가는 것임을 텍스트의 알레고리로 파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4. 알레고리 해석 활동의 교육적 의의

김대행은 국어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성장, 범교과적 도구, 성장 후의 실용성, 문화의 계승 ․ 창달, 문화 분석 능력으로 제시했다. 본고는 먼저 이 다섯 가지 중 ‘문화의 계승 ․ 창달’, 그리고 ‘문화 분석 능력’과 연관 지어 알레고리 해석 활동의 의의를 찾고자 하며, 마지막으로 7차 교육과정의 시각에서 이 활동이 갖는 교육적 의의를 논하고자 한다.

문화의 계승 ․ 창달이란 문학 텍스트를 감상하는 능력과 창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조화와 협동을 이루기 위해 문화적인 정체성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계승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언어 가운데서도 가정 정련된 것이라고 널리 인정된 문학 텍스트를 감상하는 능력과 창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알레고리의 분석 활동은 이 중 텍스트를 ‘감상하는 능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보다 심도 깊은 감상을 위해서는 텍스트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까지 파악해 내는 것이 필수다.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은 이 숨겨진 의미를 밝혀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심도 깊은 감상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감상이 보다 심도 깊은 창작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알레고리의 해석 활동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화 분석 능력이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 문화적 환경에 대해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주체적인 대응이란 대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본고에서의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활동은 학습자가 텍스트에 대한 기존의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 자신이 텍스트의 의미를 구성해가는 활동이다. 비판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텍스트에 자신만의 알레고리적 의미를 부여해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의 연구물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대한다는 점에서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텍스트의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활동은 텍스트와 세계와 문화적 환경과 연관 짓는 학습자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주체적인 문화 분석 능력의 향상이라는 의의를 갖는 것이다.

7차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문학’ 과목의 목표를 크게 개인의 문학 능력의 신장과 문학 문화 발전으로 설정한다. 이 중 문학 능력은 ‘학습자가 문학 현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문학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문학능력은 문학 지식, 문학적 사고력, 문학 소통 능력, 문학에 대한 가치와 태도, 문학 경험 등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알레고리 해석 활동은 이들 중 문학 소통 능력의 향상과 관련이 깊다. 문학 텍스트에 대한 해석 능력은 곧 문학 소통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알레고리 해석 활동은 텍스트 해석 능력의 향상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문학’ 과목의 목표인 문학 능력을 신장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5. 결론

문학 텍스트의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활동을 통해 문학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주제 하에 본 연구를 진행했다. 알레고리 해석 활동은 학습자들에게 그들 스스로 작품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 학습자 개개인과 작품의 의미를 더욱 밀접하게 연관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알레고리의 해석을 수행하기 위한 알레고리 해석 방법을 제시했으며, 이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 적용시킴으로써 보다 실효성을 띠고자 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문학 독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지하철 등에서 볼 수 있는 ‘책 애호가’들이 들고 있는 책들이란 교양서적이 대부분이며, 문학 책인 경우에도 판타지 소설이나 일본 소설 등 ‘읽기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대 문학 작품들이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는 말은 피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2년 동안이나 문학 수업을 받아온 학습자들이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사건이자 아이러니인 것이다. 사람들이 문학 텍스트들, 특히 학교에서 다뤄지지 못한 다양한 현대의 문학 텍스트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문학교육이 실효성 없는 교육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곧 문학교육의 실패를 말해주는 것이며 이는 분명 문학교육이 반성해야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스스로 하나의 텍스트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적 지식들이 다양하게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작품에 실제 적용하는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문학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취지하에 본고에서는 텍스트의 알레고리를 해석하는 활동을 제시하여 이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이는 알레고리적 특성이 약한 텍스트들이나 스토리 라인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은 텍스트들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본고에서는 텍스트에 대한 수용, 감상과 내면화의 차원까지는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보다 심도 있고 의미 있는 감상과 내면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자 한다.

다양한 문학 텍스트들을, 보다 심오하고 어려운 텍스트들까지도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은 문학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후 다양한 텍스트 수용 방법들이 연구되고 교육되길 간절히 바라며 논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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